크래프톤 웨이: 도전, 실패, 실패, 실패, 실패… 그리고 성공?

“이 책이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에필로그에 적힌 장병규 의장의 말이다. 크래프톤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로서 책을 집어든 나의 바람도 같았다. 다행히 저자(이기문 기자)는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에 성공한 듯 하다. 이 책은 정말이지 적나라하다.

한 기업의 10년사를 이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 책은 처음 봤다. 임직원의 비판, 불평, 불만, 때로는 비난과 비아냥, 심지어 퇴사하는 이들의 마지막 호소는 물론이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까지 실려 있다. 일부 가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읽을 때는 진땀이 났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경영진과 임직원은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금줄은 마르고 말라 임금 2개월분 정도만 남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의 경영진은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 감정이 상하고 욕지거리가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응답을 했다.

소통에 관한 장병규 의장의 메시지를 아래에 옮겨본다:

오랜 세월 경영을 해보니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 같다. (…)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심지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일수록 이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
절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장병규의 메시지 #4 소통에 대하여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2021.

크래프톤의 전신 블루홀 창업 초반의 설렘은 잠깐, 이어지는 기나긴 고난의 시간들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그 고통이 생생히 전해졌다. 배틀그라운드의 초대박 성공이라는 결말을 알고 읽는데도 힘들었다. 10년사의 클라이막스라 할 배틀그라운드 기획 이야기는 책의 절반을 넘어가야 등장한다.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장병규 의장은 블루홀 창업 전에는 게임 제작에 관하여 잘 알지 못했다. 제작팀을 믿고 창업했고,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을 지켰다. 단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3년, 300억을 썼지만 부족했다. 4년, 400억을 써서 출시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작을 맡았던 공동 창업자 4명 중 3명이 회사를 떠난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했다. 북미 시장을 두드렸지만 실패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진출해보지만 실패한다.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목도하고 모바일 게임 제작팀을 중국 현지로 보내서 개발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정말 징하게 실패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병규의 메시지 #6 도전에 대하여

2012년 겨울, 전체 직원의 20%를 내보내는 대규모 인원감축을 한다. 2013년 2월 강남에서 판교로 사옥을 이전한다. 임대료를 아낀다. 2013년 여름, 장병규 의장은 번아웃을 토로하며 회사 매각을 고민하지만, 김강석 전 대표가 만류한다. 김강석 전 대표는 차기작 출시 전까지 버틸 방법을 구상한다. “끝까지 하기 위한 지혜로운 실행들”(장병규 의장)을 모색한다.

전략을 수정한다. 단 하나의 명작에 회사의 명운을 걸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넓힌다. 군소 게임 제작사(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여 연합군을 꾸린다. 이른바 ‘블루홀 2.0’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연합군에 합류한 지노게임즈의 김창한 PD(현 크래프톤 대표)가 결국 일을 낸다. 2015년 11월, 김창한 PD는 지금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기획서를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경영진은 이 기획이 말이 된다고 느끼면서도 말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은 숱한 실패 속에서 이미 폐기되었다. 정확히는 업그레이드 되었다. 경영은 제작 리더십을 존중하되 사전에 협의한 마일스톤으로 견제한다. 실제로 이 제작 관리 프로세스를 거치며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영진을 향해 “지금 이 바람이 느껴지지 않느냐”며 “지금은 완벽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한 때”라며 장문의 이메일을 쓴 김창한 PD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블루홀에 합류하기 전까지 포함하면 김창한 PD 역시 17년 간 3개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두 ROI(투자 대비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혹한 말이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영과 제작은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로, 같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게임 출시에 실패한 개발자는 죄인이 아니고, 게임회사 경영인은 악마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업을 위해 그저 제 일에 충실할 뿐이다. 블루홀에서 게임 개발을 하는 일은 중단되는 게임을 계속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개발 중단은 상처가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한 훈련 과정일 분이다. 실수한 순간에 그대로 멈추면 실패이지만, 딛고 일어서면 성공이 된다.

⟨경영인을 이해하기⟩

배틀그라운드는 전대미문의 대흥행을 거두며 회사를 살려냈고,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2021. 8월 예정). 그래서 이 스토리는 성공으로 끝난 것일까. 배틀그라운드는 그토록 바라던 “10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걸까. 글쎄, “그 미래가 어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야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의 상장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장병규 의장과 공동창업자들, 투자자들 그리고 임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얻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억 단위 숫자가 언급된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나면 지금 크래프톤 상장이라는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장병규 의장, 김강석 전 대표, 김창한 대표가 직접 쓴 이메일과 그들이 참여한 회의록 일부가 (약간의 각색을 거쳐) 그대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제 프로젝트에서 결여된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봤어요. 개발자는 먼저 로망을 가지고, 그다음 도전과 혁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김창한 대표

성공이냐 실패냐. 세상 사람들을 결과에 관심이 많다.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다음 도전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성공이란 결과에 머무르면? 그 성공은 더는 성공이 아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잠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의 길을 걸으려면 함께 하는 꿈, 즉 비전을 중심으로 좋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블루홀에서 크래프톤으로. 10년의 시간 동안 비전의 변경(MMORPG의 명가 → 게임 제작의 명가)은 있었지만, 방향을 잃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비전을 향하는 성장”을 추구했다. 성공이란 결과는 하늘의 일임을 알았지만, 사람의 일, 조직의 일을 최선으로 해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했다.

김강석 전 대표는 사내 소통 행사에서 “앞으로 5년 후 블루홀이 어떤 회사로 있기를 기대하고 예상하나요?”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출시한 게임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소망이 있다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이 한 문단에 기업 경영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경영진과 제작진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막힘없이 토론하고 거침없이 비판하는, 그러나 합의된 결론을 향해 한마음으로 달리는 회사. 제작의 리더십과 실무진이 신뢰와 존중으로 팀을 이루어, 때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는 프로젝트를, 때로는 세상에 쉽게 나오지 않을 독특한 아이디어를 과감히 프로젝트로 만드는 회사. 실패한 팀에 손가락질하지 않고, 성공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무시하지 않는, 성공과 실패 모두에 겸허하게 열려 있는 회사.

김강석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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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김영사, 이기문

디즈니만이 하는 것: 진정한 리더십을 위한 원칙

하루라도 늦게 읽을수록 손해인 책

박소령 PUBLY 대표가 쓴 조선일보 칼럼에서

박소령 PUBLY 대표의 칼럼을 읽고, 월트 디즈니 컴퍼니 회장/CEO 로버트 아이거(Robert Allen Iger, ‘밥 아이거’)의 자서전 ⟪디즈니만이 하는 것⟫(The Ride of a Lifetime)을 찾아 읽었다.

방송국 말단 제작 보조로 시작하여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제6대 CEO가 된 저자의 입지전적 이력과 한역 제목(“디즈니만이 하는 것”)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이 책을 든 나는 마치 처세와 출세의 비급(祕笈)을 손에 넣은 듯 흡족했다.

그런 속물적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다가 아래 문장을 만났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탁월함과 공정함은 서로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Excellence and fairness don’t have to be mutually exclusive.)

⟨1. 바닥에서 시작하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제품과 사람 둘 다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제품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과 (제품을 완벽하게 만든답시고) 조직 내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있고, 분리되어야 한다. 밥 아이거가 주는 첫 번째 리더십 교훈이다.

그렇다. 이 책은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밥 아이거는 진정한 리더십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말한다(낙관주의, 용기, 명확한 초점, 결단력, 호기심, 공정성, 사려 깊음, 진정성, 완벽주의, 고결함). 아쉽지만 우리가 이 추상화 된 원칙을 모두 암기한다고 해도 밥 아이거의 ‘경험’과 ‘직관’을 훔칠 수는 없다.

만약 내가 밥 아이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읽었다. 이 솔직한 상상은 주로 밥 아이거와 나의 차이점,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면서 끝났다. 천하의 밥 아이거와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었으니 자괴감이 들진 않았다. 외려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밥 아이거가 45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아래 3가지 꼭지로 정리해봤다:

  1. 끈기와 회복력,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2. 절묘한 균형 위에서 대담한 전략을 펼쳤다
  3. 정치력 만렙, 강점으로 승부했다
The Ride of a Lifetime

끈기와 회복력,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밥 아이거에게는 유독 결정적 순간이 많다. 그 순간들마다 밥 아이거가 견지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있으니, 바로 “하지만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I didn’t quit, though.)이다. 퇴사와 이직, 창업도 물론 좋은 옵션이다. 하지만, 명심하라. 기회를 얻으려면 게임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

밥 아이거는 자신을 미칠 지경으로 몰아붙이는 상사를 만나도 “그의 좋은 면에 대해서는 동기를 부여받고, 나쁜 면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상사의 변덕스러운 기분에 휘둘리는 대신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몸담은 직장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밥 아이거의 ‘회복력’(resilience)은 ABC가 캐피털시티즈커뮤니케이션즈(Capital Cities Communications, ‘캡시티즈’)에 매각된 후에도 빛을 발한다. 방송을 모르는 촌스러운 놈들이 회사를 망친다며 사람들이 회사를 떠날 때도 ABC에 남기로 결정한다. 새로운 상사들을 만났고, 그들의 장점을 흡수한다.

밥 아이거가 캡시티즈/ABC의 사장 겸 COO로 승진한 직후, 캡시티즈/ABC가 디즈니에 매각되어 회사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밥 아이거가 회사를 떠났다면, 다른 더 큰 성취를 이뤘을지는 몰라도 디즈니의 CEO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밥 아이거가 만났던 상사 중에서 ‘캡시티즈’의 창업자인 톰 머피(Tom Murphy)와 댄 버크(Dan Burke)에 대한 회고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톰 머피에 대해서는 윌리엄 손다이크(William N. Thorndike, Jr.)가 쓴 ⟪아웃사이더⟫(The Outsiders)에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위 책은 절판되었다.

밥 아이거는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조직 내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이런 밥 아이거가 중시하는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을 소개한다. 자신의 상사이자 디즈니의 2인자였던 마이클 오비츠(Michael Ovitz)에 대하여 평한 부분이다:

그[마이클 오비츠]는 체질적으로 조직생활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는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오판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에 들어온 것뿐이었다. (…) 오비츠는 거대한 상장기업의 조직문화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4. 디즈니에 들어가다⟩

밥 아이거는 같은 회사에서 무려 45년을 일했다. 그 사이 첫 직장이었던 ABC가 캡시티즈에 인수되고, 다시 캡시티즈가 디즈니에 인수되었을 뿐이다. 회사를 옮기지 않는 밥 아이거의 성향(?)은 어쩌면 성장 과정의 영향일 수도 있다. 밥 아이거는 아버지의 잦은 이직과 실직을 봤고, 그런 아버지 대신 일찍부터 가장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퇴사와 이직(창업)이 나쁜게 아니다. 자신과 맞는 조직에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커리어 옵션이다. 다만,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조직의 문화를 나에게 맞출 수는 없다. 내가 맞춰야 하는 부분이 더 크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할 때,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Disney+

절묘한 균형을 바탕으로 대담한 전략을 성공시켰다

밥 아이거는 평생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했다. 그래서 조직에 창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작품의 재정적 성과를 챙기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밥 아이거는 이를 ‘균형’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경영을 한답시고 창작 과정에 무분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작품이 망쳐질 때까지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 절묘한 균형의 중요성이 책 곳곳에서 강조된다.

아무리 리더라고 해도 모르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쉽지 않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지적 겸손함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밥 아이거는 리더로서 배우는 자세 못지 않게 지나친 겸손도 경계해야 한다고 쓴다:

첫 번째 규칙은 그 무엇도 허위로 가장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된 척하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또한 리더의 위치에 있으므로 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이제껏 내가 이 교훈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을 하되, 사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모르는 것은 배우고 행하는 것은 믿는다⟩

커리어 면에서 야망과 현실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밥 아이거는 야망에 호의적이었다. 사람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책임을 떠맡고자 하는 의욕은 조직 관점에서도 좋다는 것이다. 다만 주어진 기회보다 야망이 지나치게 앞서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쓴다. 야망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의 직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잃고 조바심을 부리게 된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5. 2인자에 오르다⟩

일과 삶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차기 CEO 후보로서 디즈니 이사회로부터 검증을 받던 밥 아이거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며 불안발작 증세를 보였다. 이 일을 겪으면서 밥 아이거는 일은 일일 뿐이고, 일 때문에 가족이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한 번 더 새긴다. 책에 자세히 서술되지는 않지만, 밥 아이거는 그 바쁜 중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Bob Iger at the 33rd Annual Nautica Malibu Triathlon on September 15, 2019. (Getty Images)

밥 아이거가 대단한 이유는 이렇게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데 머무르지 않고, 사업적으로 대담한 결정을 과감히 실행했다는 점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절묘한 균형으로 쌓아올린 안정적인 지지 기반 덕분에 밥 아이거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었다. 밥 아이거는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만든다”(the creation of high-quality branded content)는 전략적 우선사항(strategic priority)을 바탕으로 픽사, 마블 그리고 루카스필름을 연달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

특히,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제6대 CEO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추진한 픽사 인수는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전략이었다. 디즈니 입장에서 픽사는 ⟨토이 스토리⟩ (1995), ⟨벅스 라이프⟩ (1998), ⟨몬스터 주식회사⟩ (2001) 등 메가 히트를 친 애니메이션의 공동 제작 파트너인 동시에 위협적인 경쟁사였다. 픽사가 성장하면서 이 파트너십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 전임 CEO 마이클 아이즈너와 스티브 잡스의 관계 마저 원만하지 않았다.

디즈니와 픽사의 파트너십 종료로 픽사가 잃을 것은 거의 없었다. 반면, 과거 10년 간 픽사와 공동 제작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디즈니는 픽사와의 파트너십이 끝나면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했다. 픽사의 후발 주자로 열심히 뒤를 쫓으며 픽사가 애니메이션 시장을 잡아먹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밥 아이거의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함으로써 디즈니의 약점과 리스크를 한 번에 해결한다. 또한, 픽사를 인수한 후에 디즈니가 픽사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는 좋은 선례를 보임으로써 뒤이은 마블, 루카스필름 인수 건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픽사 인수를 통해 세계적 존경을 받던 스티브 잡스와 신뢰관계를 쌓고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또한 큰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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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기업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여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내는 일은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밥 아이거는 가만히 앉아서 ‘혁신의 딜레마’의 희생자가 될 수는 없다며 ‘혁신이 아니면 죽음을’(If you don’t innovate, you die)을 부르짖고,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Disney+)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성공한다. 거의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기업 디즈니가 신생 유망 테크 기업인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산업에서 자웅을 겨루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넷플릭스가 대단한 걸까, 디즈니가 대단한 걸까.

밥 아이거의 전략 방향 제시와 이사회의 빠른 결정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더라면 디즈니는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의 인수를 통해)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면서도, 스트리밍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미디어 지형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불확실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즈니 테마파크 매출이 급감하고, 영화관이 문을 닫는 미래를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

고품질 브랜드 제품이 변화된 시장상황에서 더욱 큰 가치를 보유할 가능성은 있는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더욱 적절하게, 더욱 창의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새로 형성되고 있는 소비 습관은 어떤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거기에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술로 인한 붕괴 혹은 파괴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가?

⟨14. 핵심가치⟩
Apple Computer CEO Steve Jobs, left, shakes hands with Disney CEO Bob Iger in San Francisco, Tuesday, Sept. 12, 2006. (AP Photo/Paul Sakuma)

정치력 만렙, 강점으로 승부했다

무엇이 밥 아이거를 디즈니 CEO로 만들었을까. 또 무엇이 그를 성공한 CEO가 되게 했을까.’ 독서모임 참가자들과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눴던 주제이기도 하다. 밥 아이거는 소위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스펙과 경영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긴 할까?) 대신에 밥 아이거는 특출한 능력을 가졌는데, 그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조직문화 적응력과 아래에서 설명할 정치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력’은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원제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에서 Influence에 해당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밥 아이거는 기본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상사를 존중하고 그를 공격하지 않는 모습을 유지했다. 인내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인내심, 이것이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다. 생각보다 이걸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상사와 불화하고, 대립하고, 기회가 되면 상사를 갈아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위에 언급한 데일 카네기의 책을 추천한다.

밥 아이거는 특히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 로이 E. 디즈니(‘로이’)와 감정을 풀고 화해하는 일에서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한다. 로이는 전임 CEO 마이클 아이즈너에 의해 이사회에서 축출된 상태였다. 밥 아이거는 CEO에 취임하기 전, 대기기간 동안 참모들과 함께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그 첫 번째로 로이와 화해하기를 꼽았다. (이 업무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부터가 밥 아이거의 정치력 레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로이]는 다만 존중받길 원하는 한 사람에 불과했고, 지금까지 그에게 타인의 존중은 쉽게 얻을 수 없었던 것일 뿐이었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 즉 자존심과 자존감에 관한 문제 같았다.

⟨8. 존중의 힘⟩

밥 아이거는 로이에게 ‘디즈니 명예이사’ 자리를 주면서 그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로이가 이사회로 돌아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밥 아이거 자신의 신임 과정을 부정하다고 공격한 로이였지만, 밥 아이거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했다. 로이의 자존심은 지켜주고, 자신의 자존심은 내려놓았다.

약간의 배려와 존중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것의 결핍은 종종 엄청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A little respect goes a long way, and the absence of it is often very costly.)

⟨8. 존중의 힘⟩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픽사 인수 건에서도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 또 한 번 발휘된다. 밥 아이거는 마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다고 해서 픽사 인수를 성사시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픽사를 인수하려면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친해지고 그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후에도 픽사가 망쳐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밥 아이거는 그렇게 했다. 피인수기업인 픽사의 조직 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담보하는 것에는 밥 아이거 자신이 일하던 ABC가 캡시티즈에 인수되었을 때, 다시 ABC/캡시티즈가 디즈니에 인수되었을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피인수회사 출신으로 설움도 많았다. 밥 아이거는 기업 인수를 통해 기업이 실제로 인수하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사실, 특히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바로 사람들에게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픽사의 존 래시터(John Lasseter), 에드 캣멀(Ed Catmull)의 마음을 얻어낸다.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하여 픽사의 IPO와 매각을 진행한 로렌스 레비의 회고를 읽어보면, 디즈니에 매각될 당시 픽사의 상황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었고 디즈니 매각은 픽사 입장에서도 매우 좋은 딜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밥 아이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해도, 디즈니-픽사의 관계 회복에 밥 아이거의 정치력이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디즈니 CEO가 되는 일보다 중요한 것 — CEO에서 물러나는 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이형기, ⟨낙화⟩) 밥 아이거는 자신이 탄 ‘놀이기구’(ride)에서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자(CEO 퇴임일자가 가까워지자) “한 사람이 과도한 권력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가지면 결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고 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에 관심을 보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나는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임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만약 내가 지나치게 오만하거나 인내심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 나에게 꼭 알려주어야 합니다.”

⟨14. 핵심가치⟩

인간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승리와 상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서서히 잃어간다. 우리가 밥 아이거 같은 출세를 하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밥 아이거의 타고난 자질이 우리에게도 숨어있을지, 그에게 주어진 무수한 행운이 우리에게도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도 자기 자신을 잃어갈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14. 핵심가치⟩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게 만든다. 인내하게 만들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 듣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밥 아이거가 전하는 리더십의 비결이다.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래 링크를 통해 빠르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라 자신합니다. 저는 영문판도 구입했습니다. (affiliation link: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디즈니만이 하는 것: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쌤앤파커스

좋은 관리자는 곧 좋은 코치여야 한다

일명 “Trillion Dollar Coach” 빌 캠벨(Bill Campbell)에 관한 책이 나왔다.

책의 저자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How Google Works)를 쓴 에릭 슈미트(전 구글 CEO), 조너선 로젠버그 그리고 앨런 이글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의 ⟨감사의 글⟩에도 빌 캠벨이 등장한다.

빌 캠벨은 모든 경영 코치 중에서도 가장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며 사람을 보는 눈과 조직의 작동 원리에 대한 안목이 있다. 우리는 코치를 둘 때까지 이런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빌은 지금은 미국 회사 중 가장 가치가 높은 두 기업이라고 할 애플과 구글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빌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는 누구나 미소를 짓는다. 그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또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비범한 역할을 애써 감추는 겸손한 태도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381쪽
빌 캠벨.

에릭 슈미트는 자신이 들은 인생 최고의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코치를 두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내가 CEO라도 코치가 필요하다고. 에릭 슈미트의 ‘코치’가 바로 빌 캠벨이다(김창준님 블로그 글: 코치는 선수가 아니다 참조). 에릭 슈미트가 연세대에서 한 특강에서 자신의 멘토이자 코치로 빌 캠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영상도 있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했다. 에릭 슈미트가 직접 SlideShare에 업로드 한 슬라이드를 읽어봤다(아래). 전작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가 조직 문화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 책은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팀과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코칭형 리더십의 진수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즈니스 코칭에 관심이 있는 독자, 좋은 관리자가 되고픈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내용이 분명히 있다. 저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전해 들은 빌 캠벨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도 있고 (빌 캠벨은 정말로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해당 에피소드와 관련된 연구, 논문을 함께 소개해주는 친절함도 좋다.

다만, 이 책의 한계도 분명하다. 빌 캠벨이 직접 쓴 책이 아니다. 저자들이 비즈니스 코칭 전문 연구자라고 할 수 없다. 빌 캠벨이 왜 위대한 코치인지, 그의 코칭법은 무엇이 남다른지에 관한 깊이 있는 설명이나 분석은 없다. 코칭, 특히 팀 코칭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의 물음에 충분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빌 캠벨, 그는 그냥 멋지고 굉장하고 무언가 다르고 대단한 코치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인간적으로 무척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그걸 잘 모르겠다.

저자들이 직접 겪고 전해 들은 빌 캠벨의 일화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건, 그가 현장의 공기를 파악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했던 사람인 것 같다는 정도이다.

이 책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좋은 팀이 되려면 좋은 관리자가 필요하고, 좋은 관리자는 곧 좋은 코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코치는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상대여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구성원도 개인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일을 하려고 팀으로 모였으니 이제 일을 하면 되는데, 일이 잘 안 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을 진짜 팀 —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움직이는 팀 — 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이 팀 코치이다.

Trillion Dollar Coach.

아래는 독서 메모:

  • 빌은 총천연색 무지개 같았어요. 그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스토리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즐겼죠. 그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문제와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 문제를 미묘하지만 서로 다르게 접근했어요.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직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이런 방면에서 빌은 최선의 인재였죠.
  •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공동체Community로서의 팀이다. 빌이 말한 공동체로서의 팀은 팀원들의 관심사를 한데 묶고 차이점을 제쳐두는 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회사의 이익에 몰입할 수 있는 팀이다.
  •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팀을 공동체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만을 위한 코치가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끌어주는 코치가 필요하다. 이런 코치는 계속되는 긴장감을 완화하고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키우면서 모두가 공통된 비전과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종종 이런 코치는 팀의 리더급, 또는 임원들 하고만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코치는 팀 전체와 함께 일하는 코치다.
  • 삶과 사업에서 수많은 상황과 어려움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우리를 코칭했듯이 빌은 직원 모두를 코칭했다. 빌은 코칭만 해준 것이 아니다. 빌은 우리와 모든 사람에게 코칭을 해주면서, ‘제자’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팀을 코칭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이들은 더 훌륭한 리더가 되었다. 그 후 몇 번이고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 “빌이라면 뭘 했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봤다. 코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 좋은 코치가 아닌 자는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없다.
  • 빠르게 움직이고 매우 경쟁적이며 기술 중심의 산업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생산성이 좋은 팀을 꾸리고 그 팀이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자하고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성이 높은 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요령 있는 관리자와 자상한 코치다.
  • 빌에게 있어 성공한 회사의 임원이 맡은 역할은 관리, 즉 ‘탁월한 경영관리operational excellence’로 회사를 이끄는 것이다. 관리자와 CEO로서 빌은 확실한 성과를 올리는 데 능했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 훌륭한 팀 문화를 만들었지만, 성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팀 문화와 성과는 훌륭한 관리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는 구글러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관리 세미나에서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빌은 리더십이란 탁월한 경영관리의 진화물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독재자가 되어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바로 당신과 함께 한배에 탔다는 느낌,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세요. 잘 듣고, 집중하세요. 이것이 바로 위대한 관리자가 하는 일입니다.”
  • 빌과의 코칭 세션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논의했던 것은 관리였다. 전반적인 관리법은 물론이고 세부적인 기술까지 다뤘다. 빌은 회사의 전략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가 전략 이슈와 관련된 의견을 낼 때는 그 전략을 실행에 옮길 강력한 실행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 있을 때였다.
  • 2008년 진행된 구글의 내부 연구를 보면 (참고로 이 연구는 빌이 사랑했던 연구다.) 규칙적으로 여덟 가지의 행동을 취하는 관리자들이 이끄는 팀의 직원들은 이직률도 낮았고 만족도는 높았으며 성과도 좋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여덟 가지 행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혔던 것은 ‘좋은 코치’였다.
  • 데이비드 가빈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3년 12월호에 쓴 ‘구글은 어떻게 엔지니어를 경영진에 팔았는가?(How Google Sold Its Engineers on Management)’기사에서 구글의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에 대해 더 볼 수 있다.
  • 회의 진행도 중요한 경영관리의 한 부분이다.
  • 관리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장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빌이 말했다.
  • 오히려 그가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동료들의 피드백이었다.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로 이것이 중요하다.
  • 분쟁 해결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두 명의 규칙이든 다른 방식이든 분쟁을 관리하는 표준절차를 갖게 되면 관련된 사람들은 더욱 만족하게 되고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 에릭은 ‘두 명의 규칙rule of two’라고 부르는 관리 방법을 즐겨 활용한다. 의사결정에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 두 명을 불러 함께 최적의 솔루션을 스스로 찾아내게끔 하는 것이다.
  • 빌은 사내 정치를 혐오했다. 그는 합의consensus보다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빌은 “합의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고 종종 말했다.) 합의는 ‘집단사고’와 어설픈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많은 연구의 결론을 빌은 직감적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모든 의견과 생각을 서로 공개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라고 빌은 생각했다. 문제가 있으면 솔직하게 드러내고, 특히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진실된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라. 만약 당장의 문제가 기술적인 문제라면(예를 들면 마케팅이나 회계 관련 문제) 해당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보다 광범위한 문제일 경우 팀장이 토론을 이끌어야 한다. 어찌 되었든 모든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모두 들어야만 한다.
  • 빌이 그녀에게 새로운 규칙을 알려주었다. 팀 회의 때 항상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정답도 알고 있고 그녀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걸 말하게 되면 팀이 하나로 뭉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빌은 조언했다. 정답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하나 되어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그래서 마리사는 그녀답지 않게 조용하게 앉아 팀원들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과는 좋았다. 그녀는 팀원들에게 존경받기 시작했고 팀원들의 문제해결 능력은 향상되었다.
  • 세상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빌의 조언은, 잘못되더라도 일단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적절한 절차는 의사결정만큼이나 중요한데, 팀에게 자신감을 주고 일이 돌아가도록 하기 때문이다.
  • 어려운 의사결정을 앞두고 모든 사람에게 제1의 원칙을 다시 알려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빌은 지적했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종종 훨씬 쉬워지기도 한다.
  •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성과 윤리가 결여되었거나, 동료들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등 도덕적 경계선을 넘는 사람들을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 만약 당신이 한 회사의 CEO인데 어떤 직원이 지속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면 이것은 경고 신호다. 명목상으로 괴팍한 천재들은 회사와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지만, 실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려는 이들이다. 이런 행위는 분명 팀을 갉아먹는 효과를 낳는다.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사람만이 관심을 독차지하고, 보다 겸손한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시장에 적절한 제품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전속력으로 달려들어라. 물론 몇몇 사소한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 빠르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속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 빌은 자신이 인투이트에 있었을 때 회사가 은행 관련 상품을 개발하려고 한 이야기를 즐겨 했다. 인투이트는 은행 경력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을 고용했다. 하루는 회의에서 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엔지니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쓴 목록을 건네주면서 그대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봤다. 빌은 그 불량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만약 엔지니어에게 네가 원하는 기능을 한 번만 더 들이민다면 여기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만 말하라.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만 알려줘라. 그리고 어떤 기능을 만들 것인지는 엔지니어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면 당신이 그들에게 무엇을 만들라고 알려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 제품개발팀은 초기부터 여러 다른 팀과 협력을 해야 한다. 제품개발팀이 다른 부서의 인력들과 함께 ‘조직을 초월한 그룹cross-functional group’으로 통합될 때,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다.
  • 임원이라면 기술적인 배경이 없더라도 기술자와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괴짜들은 자신이 상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바로 이것이 빌이 엔지니어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는 방법이다.
  • 빌은 나쁜 이사회 멤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회의장에서 본인이 가장 똑똑한 사람인 것처럼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
  • 신뢰는 모든 관계에 중요하지만, 특히 대부분의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가치의 상호교환이라는 요소와 함께 자리하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 신뢰의 본질은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안전하다는 것임을 잘 나타낸다.
  • 2000년 코넬 대학교는 조직 내에서 과업갈등(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관계갈등(감정적 마찰)의 관계를 조망한 유명 논문을 발표했다. 과업갈등은 훌륭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익하고 중요하지만, 관계갈등은 나쁜 의사결정과 사기저하로 이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연구에 따르면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팀원들이 서로를 신뢰할 때도 의견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신뢰가 바탕에 깔리면 의견 충돌로 인한 감정 소모는 훨씬 덜하다.
  • 신뢰는 팀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1999년 코넬 대학교에서 발간한 논문에 의하면 팀의 심리적 안전감은 ‘대인관계의 위험부담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팀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믿음이며 (…)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도 편안함을 느끼는 (…) 팀 분위기다.’ … 이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임스 그레이엄이 2016년 2월 25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완벽한 팀을 만드는 여정에서 구글은 무엇을 배웠나(What Google Learned from It’s Quest to Build the Perfect Team)’라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리더십은 스스로를 위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팀이라는 더 큰 존재를 위해 발휘하는 것이다. 빌은 좋은 리더는 충분한 시간을 거쳐 성장하며 리더십은 팀 안에서 형성된다고 믿었다. 빌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똑똑하다고 거만을 피우는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다.
  • 빌의 생각에, 코칭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들은 솔직하고 겸손하다. 그리고 인내심이 강하고, 열심히 일할 의지가 있으며, 꾸준하게 학습한다. 솔직함과 겸손함이 필요한 이유는, 코치와 성공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보여주거나 인정할 필요가 없는 취약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코치는 제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아야 한다. 즉, 제자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제자들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까지도 알아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어떤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가? 그다음에 코치는 제자들의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더욱 높여, 스스로 보지 못하는 자신의 단점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 빌이 허풍쟁이들을 그토록 싫어한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인 탓이 더 컸다. 코칭을 받기 위해서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 솔직함은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에서 시작한다. 헤네시가 말하는 것처럼.
  • “대화 중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바로 훌륭한 경청자다.”
  • 리더가 공개적으로 질문을 하고 직원들의 대답을 집중해서 듣는 ‘존경심을 갖춘 질문respectful inquiry’은 직원들의 권한을 높여 인정 욕구를 채워주고 업무의 자율성을 고취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 훌륭한 상사가 되는 것은 “말하고 싶은 걸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당신이 진정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 진실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스콧 쿡은 “코치는 적절한 순간에 나서야 한다A coach coaches in the moment”고 말했다.
  •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잘하는 걸 칭찬합니다. 저는 최대한 빠르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사람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피드백을 줍니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지지받는다는 확신이 있어 보일 때에야 저는 ‘그건 그렇고’라는 말로 피드백을 시작하죠. 빌에게 이런 방식을 배웠어요.
  • 관리자라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하지 말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줘야 한다.
  • 학자들은, 주의 깊게 경청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진실함을 요구하는 빌의 방식을 “관계적 투명성relational transparency”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계적 투명성은 ‘진정성 리더십’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빌 같은 사람을 ‘까칠한 기버disagreeable givers’라고 부른다.
  • 빌은 사람들을 팀으로 묶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통 함께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게 공통의 과제나 프로젝트, 또는 의사결정을 맡긴 다음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함께하면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된다.
  • 시장에 팔 상품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팀 동료들이 함께 일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경험은 팀의 성공에 매우 귀중하다.
  • 네 가지 측면이란 ‘업무성과’, ‘동료들과의 관계’, ‘관리 능력과 리더십’, ‘혁신’이다. 나중에 빌은 ‘회의에서의 행동’에 대한 질문도 포함시켰다.
  • 이런 문제를 만났을 때 빌은 언제나 신중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고민하는 데 집중했다. 2008년 애플 이사회에 합류한 안드레아 정은 빌의 이런 방식을 ‘전향적 학습’이라고 불렀다. 어떻게 문제가 생겼고 누가 책임져야 할지를 물어보는 대신, 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 빌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들을 칭찬하고 포옹하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사람들은 빌이 자신의 편에 서 있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성공하라는 차원에서 그들을 밀어붙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때문에 빌이 어려운 질문을 던질 때도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는 언제나 문제의 본질에 다가갔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했다.
  • 휴렛패커드의 임원으로서 빌과 함께 수많은 일을 한 토드 브래들리는 빌에게 배운 가장 큰 교훈이 “인간적인 승리humanity of winning”라고 말했다. 인간적인 승리란,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승리하는 것과 윤리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에서건 스포츠에서건, 누가 공을 받든 상관하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 컬럼비아 대학교 풋볼 코치 시절, 아쉽게 패배를 한 날이면 빌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는 선수들을 호되게 혼냈다. 빌은 그때를 회상하며 “바로 그 순간이 내가 그 팀을 잃은 순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팀을 하나로 묶지도 않았고 충성심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인 의사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냥 소리만 질렀다. 그가 진정으로 패배한 순간이었다.
  • 코칭에 대한 빌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모든 스포츠 코치와 같았을 것이다. 바로 ‘팀 퍼스트’ 말이다. 모든 선수는, 스타 선수이든 만년 후보 선수이든 반드시 개인의 성적보다 팀의 성적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런 헌신이 있다면 위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가 문제 자체를 보기 전에 그 문제를 해결할 팀에게 집중한 이유다. 올바른 팀을 만들고 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 창업자와 관련된 그의 원칙은 이렇다. 창업자를 사랑하라. 그리고 기업 경영에서 그들이 공식적으로 맡는 역할을 넘어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게 하라.
  • 기업이 성공하려면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움직이는 팀이 필요하다.
  • 코치의 역할, 개개인을 위한 코치가 아니라 팀을 위한 코치 역할을 맡은 사람이 필요하다.
  • “만약 자네가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되어봐.”
  •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 사람 중에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이 몇 명인지를 세어봐.” 빌은 이렇게 말했다. 이게 빌이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제가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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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레비, 픽사 성공 스토리의 알려지지 않은 주역

로렌스 레비,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2017) 읽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모 기술기업의 임원이던 로렌스 레비가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한 뒤, 픽사의 IPO와 디즈니에 매각하는 딜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썼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단연 스티브 잡스. 그와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했던 저자는 잡스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드러낸다. 그게 자신을 낮추고 공을 잡스에게 돌리는 겸양적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또 한 번 위대하다.

2019년의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는 그해 최고 수익 영화에 오르며 초대박을 쳤다. 최초의 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니, 그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토이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도 그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잡스 본인과 달리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잡슨의 확신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렷한 비전과 사재를 털어넣는 헌신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회사를 지켰고 결국 성공시킨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픽사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저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던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career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저자도 그런 고민을 했다. 결국 주류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원제는 To Pixar and Beyond. 2016.

벳푸 온천 이니셔티브 — 벳푸 시장 나가노 야스히로의 도전

벳푸(別府)의 한 버스 터미널에 앉아 유후인(由布院)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 안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나왔다. 소리 없이 자막만 봤다. 일본어가 짧아 자막 내용을 100% 읽을 수 없었지만, 누가 봐도 벳푸시 관관 홍보/안내 영상이었다. (YouTube에서 보기)

그런데 그 영상의 문법이 조금 달랐다. 고퀄리티 영상에 엉뚱한 유머가 섞여 있었다. 작은 가게들을 소개하는데 직원들이 투닥거리며 싸운다거나 전통의 숙박시설을 소개하면서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차례로 원형을 그리는 군무를 춘다거나.

‘대체 이게 뭐지?’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보는데, 위 사진 속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2015년 벳푸시 역대 최연소 시장이 된 나가노 야스히로(長野恭紘)라고 한다. 올해 4월, 벳푸시 최초 무투표 당선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어지는 영상은 ⟨別府温泉の恩返し⟩(벳푸 온천의 은혜 갚기)라는 타이틀의 전국적 캠페인 영상. (YouTube에서 보기)

⟨別府温泉の恩返し⟩(벳푸 온천의 은혜 갚기)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으로 전국적인 원조가 있었고, 그때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전국 어디든 벳푸의 온천수를 무료로 배달한다는 내용이다. 전국에서 2,800건 이상 응모를 받았고 실제로 약 90톤의 벳푸 온천수를 배달했다.

내가 본 것은 이 캠페인을 갈무리한 내용인데, 온천수를 실은 차량이 일본 열도 곳곳을 누비는 장정은 정말 볼만했다. 호스나 수통을 이용해 직접 욕조에 온천수를 부어주고, 욕실 출입구에 미니 사이즈 노렌(のれん)까지 걸어주는 퍼포먼스. 감동적인 사연의 응모가 등장하고, 사연의 주인공이 갓(?) 배달된 따끈한 벳푸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아. 역시, 벳푸 온천수가 최고네요.” 하는 멘트와 노곤한 표정까지 알뜰하게 담았다.

스토리와 컨셉을 매끄럽게 연결한 훌륭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지진에 대한 원조에 보답한다는 메세지를 내세우면서 온천의 도시는 역시 벳푸라는 포지셔닝을 놓치지 않았다. 일본인의 생활문화 중 하나인 탕 목욕문화와 결부된 재밌는 퍼포먼스로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었다. 일반 가정 뿐만 아니라 요양시설까지 찾아다니며 온천수를 공급하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다음 이어진 영상은 ‘온천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 spa + amusement park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라는 무제한적 상상력이 돋보인 컨셉 영상이었다. (YouTube에서 보기)

2016년 11월,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이 영상을 공개하면서, 100만뷰를 넘길 경우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상 공개 4일 만에 120만뷰를 돌파했고, 현재는 569만뷰를 달성 중이다.

처음부터 실행을 예정에 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이듬해인 2017년 7월, 벳푸의 불바다(火の海) 축제 기간에 3일 동안 짧게 오픈하는 방식으로 약속을 지켰다. 이 캠페인은 비록 단신일지언정 ‘지구촌 화제’로 다루어지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사화되었다.

최근엔 어떤 캠페인이 진행 중일지 궁금했다.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젊은(?) 시장 답게 Facebook 같은 소셜 미디어 활동도 적극적이어서 금방 알 수 있었다.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의 Facebook)

2019 럭비 월드컵 경기 —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하지만 럭비가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는 대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 가 오이타현에서 치뤄지는 이슈를 받아 대나무로 된 목욕 바구니를 럭비공처럼 운반하며 럭비 룰을 설명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있었다. (YouTube에서 보기)

벳푸시는 규슈 동북쪽 오이타현에 있는 인구 13만 명 규모의 도시로 관광 수입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한다. ‘온천’ 하나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았지만, 어딘가 한물 간 느낌이 있었다. 나부터도 벳푸하면 오래된 여행책자의 빛바랜 사진들을 떠올렸고,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도 ‘벳푸에 이렇게 일찍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라고 생각했다.

벳푸시가 효도 관광의 명소라는 이미지를 깨고 전세계 젊은 여행객들에게 매력을 어필 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 기사에 의하면, 나가노 야스히로 시장은 “관광객 유치보다 벳푸의 팬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런 젊은 리더십의 도전을 보면 가슴이 뛴다. 기대가 된다.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홍성태,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2019) 읽었다.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5년째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로서 매출, 영업이익, 주가 모든 숫자를 성장시킨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경이롭다. 길어야 2-3년을 넘기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전문경영인(CEO)의 운명인데 말이다.

그러나 저 빛나는 성과와는 별개로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럽다.

이 책을 펼치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 세밀하게 분석되어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좋은 결과는 이 결과를 초래한 모든 과정을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다 잘한 일이다. ‘이것도 잘 했고, 저것도 잘 했고… 그래서 이렇게 잘 되었다.’

그리고 차석용 부회장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무튼 그가 회계와 재무와 마케팅의 전문가라서 그렇다… 라는 식의 서술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물론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경영학의 외피를 쓴 기업홍보자료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가 LG생활건강에서 사외이사를 꽤 오랜 기간 했기 때문일까. 분석 대상과의 거리두기에 자주 실패한다.

급기야 에필로그에서는 임직원의 표현을 인용하여 차석용 부회장을 ‘반신반인’이라고 치켜세운다. 읽는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듣는 사람도 무안할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참았을지…

회식, 골프(접대), 의전을 하지 않고, 오전 6시 출근, 점심은 사무실에서 혼자 먹고, 오후 4시 퇴근하여 번화가, 마트 등 소 비자 접점을 돌아다니다 일찍 귀가, 하루 7~8시간 푹 잔다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그와 비슷한 연령과 지위에서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 생활양식 만으로 그의 캐릭터와 포지션은 매우 희귀하고 가치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는 이미 2017년 3월 조선비즈에서 기사화했고 그때 충분히 이슈가 되었다.

그때 나도 처음으로 ‘차석용’이라는 경영자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심도 있는 경영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했고, 저자의 전작인 ⟪배민다움⟫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 기대는 더욱 컸는데, 그게 충족되지 못해 아 쉽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년 정도 임직원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조사방법론의 한계인 듯 싶기도 하다.

외려 이 책의 엑기스는 맺음말 직전에 수록된 ⟨차석용 부회장과의 대화⟩이다.

특정 조직이나 파벌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하고 ‘그레이프바인’(grapevine, 비공식 의사전달 통로)를 두지 않으려 하는 엄격함, OO상 받는 마케팅, 화려한 마케팅 말고 실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려는 실용성. 마지막으로, 똑똑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되려는 진실된 마음 — 이건 정말 귀하다고 생각되었다.

경기장 밖에서부터 이겨야 한다

거스 히딩크, ⟪마이웨이⟫ (2002) 읽었다.

사람 사이의 인연 만큼이나 책과의 인연도 신비롭다. 친구의 부탁으로 함께 하게 된 작업실에서 만나게 된 책, 우연히 펼쳐보고 몇 구절 읽어보다가 눈에 박혀서 기어코 빌려와서 읽었다. 아마 이런 우연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을 기회는 영영 없었을지도 모른다.

히딩크와 한국의 인연, 네덜란드와 한국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물론 PSV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맡아 좋은 성적을 거뒀던 탓에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제의 받았겠지만, 한국에 대해서 어떠한 관심도 없던 그가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에 오르게 된 인연을 단순히 인과율로 풀어내기는 힘든 일이다.

상업적 의도가 짙게 기획∙출판된 책이지만, 히딩크 감독의 솔직한 성격이 글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과 꽤 가까운 기억인 2002 월드컵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재밌게 읽었다.

요한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사의를 표하고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비어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된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오대영(5:0) 감독이라는 비난은 물론 그의 선수 선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그를 공격했던 언론이 있었다. 그런 언론에 대해서 당당하게 행동하면서 오히려 그를 이용해서 팀 내부 단합을 다졌던 히딩크 감독의 노력함을 생각하면 본프레레 전 감독이 너무 유약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축구 경기는 경기장 안과 밖으로 나뉜다. 상대팀에게서, 상대팀 선수에게서, 상대팀 감독에게서 우위를 장악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로부터, 의료진으로부터, 축구협회로부터 주도권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히딩크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혈질이고 즉흥적이며 쇼맨쉽이 강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단임할 것만 같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자신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내보임으로서 팀의 활기를 북돋았다.

경기 운영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경기장 안에 공을 하나 더 차넣은 뒤에 퇴장당한 이야기, 터프한 플레이 스타일을 기르기 위해서 연습경기 심판을 보면서 파울을 불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스피디한 플레이를 위해 월드컵 전날 반드시 잔디의 상태를 점검한 이야기, 상대팀에 대해 정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FIFA에서 정해준 연습시간을 어겨가면서 기선을 제압하던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히딩크 감독 개인의 탁월함은 물론 탄탄했던 축구협회의 후방 지원에 감탄했다. 히딩크 감독의 성과는 전적으로 물질적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2002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K리그도 쉬어가며 전세기도 지원해가며 합숙 훈련도 불사하며 준비했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며 그 시절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