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인사이트, 2018) 읽었다

애자일

  • ‘애자일’(agile)은 좁게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일종을 의미한다.
  • 저자는 ‘애자일’을 ‘일의 스타일’, ‘삶을 사는 방식’으로 넓혀서 적용한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는 바로 학습(자라기)과 협력(함께)이다.

왜 애자일인가 — 불확실성

  • 우리의 일에, 삶에 ‘애자일’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굳이 애자일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애자일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은 “좀 더 짧은 주기로 더 일찍부터 피드백을 받고, 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더 자주 그리고 더 일찍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 애자일의 핵심 구동원리인 학습과 협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전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이 물음이 이 책의 화두이다.

전략 1. 학습

  •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환상이 있다. 첩첩산중 깊숙한 동굴에 속세와 절연하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림 고수와 그를 찾아온 제자가 수련을 하는 모습은 ‘전문가’에 대한 대표적인 환상이다.
  •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는 외부와 담을 쌓고 혼자 연마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스킬’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다. 대인관계에 능한 사람이다. 그래야 구성원 간 협력이 가능하고,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몰입과 의도적 수련

  • 언어이론에 의하면, 학습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i) + 1’ 정도의 긴장이 주어질 때 가장 몰입도가 높다고 한다. 그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경우에는 ‘지루함’에 휩싸인다. 이 적절한 긴장을 찾으려면 스스로 여러 번 실험을 해보고 실패를 해보고 ‘학습’하는 수밖에 없다. 주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좋은 코치가 있다면, 이 학습은 당연히 더 잘 될 것이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수련의 양적 측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질적 측면으로 따지자면 이 1만 시간으로 달인이 되려면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가 필요하다. 이 의도적 수련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몰입’ 상태에서 행해지는 학습과 가깝다. 우리는 태어나서 1만 시간 이상 칫솔질을 했지만, 여전히 칫솔질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학습도 ‘혼자’ 보다는 ‘함께’ 할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학습의 목적이 지식의 축적, 시험에서 고득점 획득이 아니고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있는 ‘제품’, ‘상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 2. 협력

  • 프로젝트 역할 배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역할 배분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야 간신히 명확해진다. 그런데 대개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첫 회의에서 甲은 A를 하고, 乙은 B를 하고, 丙은 C를 하고…, 하는 식으로 나눈다. 그렇게 나눈 다음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다시 만나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팀이 일하는 방식

  • 12개의 일을 12명에게 나눌 때, 1명이 1개의 일을 각각 맡는 병렬 방식이 과연 효과적일 것인가. 그리고 그런 조직을 곱하기 시너지를 내는 ‘팀’(team, 서로 얽혀 있는 형태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그냥 더하기 효과를 내는 작업 그룹(work group, 리더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조직)에 가깝다.
  • 한 프로그래밍 구루에게 위와 같은 케이스를 물어보았다:

Q. 12개의 일과 12명의 사람이 있다. 너는 어떻게 업무를 나누겠느냐?

그의 답변은 이랬다:

A. 우선 12개의 일 중 3개의 일을 12명이 협력하여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섞여서 서로에 대해 배우도록 한다.

심리적 안전감

  • ‘학습한 것을 공유한다.’ 제대로 ‘공유’하려면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협력의 기본은 ‘신뢰’다. 이 신뢰는 google 연구에서 다른 말로 표현된 적이 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팀원들이 과감히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다.
  •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오히려 더 큰 실수가 생기는 역설이 있다. 산불이 나지 않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가소성 물질이 쌓여서 큰 산불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산불이 여러 번 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 실수가 적은 조직이 무조건 좋은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 대개 그런 조직은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수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공유될 리 없다. 개인도 조직도 실패를 통한 학습을 이뤄낼 수 없다.

전문가 조직에 대한 환상

  • 뛰어난 사람(전문가)가 여럿 모여 있는 팀이 항상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을 융화하고 협력하도록 하려면 좋은 코치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 코치의 역량이 전문가들을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학습하고 협력하는 조직

  • 학습과 협력이 가능한 조직은, 그 조직에 속한 개인은 물론 조직 자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일의 방식을 달리 하면 일을 하면서, 업무를 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개인과 조직은 사회에 가치를 주는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

서재근,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2015)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느 기획방법론 책들과 달리 굳이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장점일까. 좋은 이야기는 독자를 참여시킨다. 독자는 이야기에 빠져 유사 경험을 내재화한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도 내용이 선명히 기억난다. 주인공인 5년차 광고인 김지학 대리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상황, 내부 경쟁 PT에서 패배한 그의 당혹감, 팀을 옮기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 새로운 팀에서의 변화, 배움, 도전 등등.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습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의 각도를 넓혀라.” 생각을 깊이 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각도를 넓히라는 말은 좀 낯설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을 하라는 말은 많이들 쓴다. 저자는 ‘통찰력’은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사물과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각도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항상 같은 각도로만 보던 사람은 그 각도에 익숙해서 그것에 익숙해진 사실 조차 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통하려면 그 자신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대체 어떤 생각이 고정관념인지부터 알아야 할 터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크게 일곱 가지이다:

  1.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2.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3. 입체적으로 생각한다.
  4.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5. 프로세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6. 진짜 문제를 생각한다.
  7. 숫자를 믿지 않는다.

먼저, 전문가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취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의 스위치를 항상 켜두라는 말이다.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가? 전문가의 의견도 최대한 다른 각도에서 최대한 냉정하게 의심해보자.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우리를 구속하는 생각,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이지만 그 한계점을 극복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고정관념을 찾으려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원래 그런 것으로 느껴지는 것 앞에서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라. 고정관념을 찾으면 반대로 생각해보라.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의심은 해보라.

입체적 사고란 “주어지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의 단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의 각도를 펼쳐 입체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습관”을 말한다(p.183) 이 습관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터무니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는 단면적 사고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인내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접근해보자.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임하는 좋은 자세이기도 하다. 회의 때는 받아적기보다는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좋고 나의 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을 체크해두자.

프로세스를 중시하되 프로세스에 갇히지는 말자. 프로세스는 때로 의심의 여지를 지워버린다. 프로세스에 생각을 지배당하지 말고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지배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하면 결국 ‘목표’, ‘해결과제’, ‘해결방안’ 이 세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문제 설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은 다르다. (이 부분은 #기획은2형식이다 by Charlie Nam 참고)

숫자는 힘이 세다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특정한 의도’에 취약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릇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단면화’하여 우리의 입체적 사고를 방해한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고, 그들에게는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조사는 인사이트의 부족을 메우는 보완재일 뿐이다.

읽으면서 가장 머리가 시원해졌던 부분은 아래. 주어진 문제(3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출시된 음료를 어떻게 더 잘 팔 것인가?)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문제 설정 자체를 새로 해버리는 대목:

우리는 그것을 조사의 오류 혹은 조사 분석의 오류로 생각했어요. … 우리도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대신 OOO에서 묻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더 포함시켰죠. ‘찌뿌듯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여러분은 보통 무엇을 원하게 되는가?’ … 그 결과 애석하게도 ‘음료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대답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30~40대 직장인들은 ‘사우나에서 쉬고 싶다’, ‘산책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거에요. …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어쨌든 업무를 피해 잠시나마 쉬는 거예요. 그것이 그들의 진짜 욕구죠. 김 대리가 파악한 건 그들의 진짜 욕구라기보단 포장된 욕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 345쪽

마지막으로, 영국 끝자락에서 런던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스케 팀장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시길.) 나의 대답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

패티 맥코드,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2018) 읽었다

넷플릭스(Netflix)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 고객 유입을 위해 일단 써보도록 하는 넉넉한 한 달 무료 프로모션 정책
  • 제작비를 퍼부은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 버퍼링이 느껴지지 않는 스트리밍
  • pc, mobile, tv 등 여러 디바이스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드는(seamless) 인터페이스
  • web chat으로 사용해지-결제취소-환불까지 한 큐에 즉시 처리해주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들이 ‘고객 관리’라는 미명으로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는 것과 대비되는) 쿨한 사용자 경험

과연 이것이 글로벌 레벨의 서비스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국내 IPTV 서비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버벅대면서 구동이 된다. 내 돈 주고 사서 보는 유료 콘텐츠를 틀어도 광고 몇 개를 피하지 못한다. 대체 왜?

비디오・DVD 렌탈서비스로 시작하여 글로벌 스트리밍・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수록 그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2009년 SlideShare에 넷플릭스의 문화를 설명하는 레퍼런스 가이드를 공개했다(아래).

120장이 넘는 이 culture deck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표현을 빌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리며 여전히 바이럴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세계적인 것이 될수록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이 책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은 넷플릭스의 성공이 기업문화 그리고 이 문화를 실제로 가능케 한 인사정책 덕분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저자 패티 맥코드는 넷플릭스 초기 1998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2년까지 무려 14년 간 최고인재책임자(CHRO) 자리에 있었다. 소위 ‘Netflix Culture’를 함께 만든 사람이기에 이에 대한 해설서를 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의 인재 정책은 아주 단순하다:

  • 고성과자를 모셔오는 게 최고라는 것
  • 고성과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라는 것
  • 고성과자가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라는 것 — 어떻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 동료를 모두 고성과자로 꾸려준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이다.
  •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 정책은 없애버린다.
    작게는 휴가 신청 절차부터 크게는 연례 인사 고과(그냥 자주 피드백 해주는 게 더 낫다), 승진(업무와 승진을 연결시키지 마라),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업무와 인센티브를 연결시키지 마라)에 이르기까지.
  • 솔직하고 투명하게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사업 내용은 물론이고, 세부 업무 피드백, 내가 왜 이 연봉을 받고 있는지까지.

​이런 인사정책이 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넷플릭스는 성과를 중요시한다.”라는 것입. 그게 곧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이다. 성과 중심. 단순하다. 그래서 강력하다. It’s Powerful!

이런 인사정책이 유지되려면, 리쿠르팅의 안목 부족으로 잘못 채용된 사람들, 한때는 고성과자였으나 시장이 급변하고 사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조직과 맞지 않게 된 사람들을 제때 잘 내보내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이 ‘가족’(혈연으로 맺어진 평생 공동체)과 ‘스포츠팀’(철저히 실적과 성과로 평가되어 in-out이 자유로운 집단)의 어디쯤에 존재한다면, 가족보다는 스포츠팀에 가까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패티 맥코드의 주장은 마치 인간이 학습 가능한 존재이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오해를 익히 받아왔는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구구절절 해명합니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이 경쟁적인 시장에서 싸우고 있으며 사업 규모와 범위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의 기업이라면, 기존 구성원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업무에 대응하기를 기대하고 지원하기보다는 업계 최고 실력자를 데려와서 그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되는 기존 구성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에게 맞는 업무, 팀, 회사는 사실 따로 있을 수 있다. 자주,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어서 그들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임직원들이 다른 기업의 채용면접을 보는 것이 taboo가 아니다, 여기에는 (업계 최고 대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려는 목적과 함께)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리고 넷플릭스 문화에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 내용들이 단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서 14년 간 최고인사책임자(CHRO)로 근무해 온 저자 역시 자신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퇴사시킨) 많은 전(前) 넷플릭스 임직원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2012년 넷플릭스를 떠나야 했다.

넷플릭스 초기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넷플릭스로 데리고 왔고 이른바 넷플릭스 컬처를 만든 사람이지만, 스스로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 결말 또한 파워풀하다.

​기업 HR 담당자라면 필독해야 할 책이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넷플릭스의 인사 정책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놓치면 안 될 책이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리한 내용:

  • 프롤로그
    • 스타트업의 세계로 뛰어든 후 깊이 깨달은 게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일은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자신이 힘을 가지고 출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그들이 실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번 그렇게 해보라. 직원들이 얼마나 엄청난 일들을 해내는지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p.19)​
    • 정책과 절차를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준다는 것이 난투극에 가까운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관료주의를 벗겨내면서 모든 팀, 모든 직급의 직원들이 핵심적인 일련의 행동들을 훈련받도록 코치했다. 나는 내 사전에서 ‘정책’과 ‘절차’란 단어를 없앤 반면, ‘훈련’이란 단어는 눈에 확 띄게 써두었다. (p.20)​
    • 회사 전체든 하나의 팀이든, 문화가 변화길 바란다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는 단순히 일련의 가치를 표방하고 원칙을 수행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신이 원하는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훈련하고자 하는 행동들에 대해 모든 구성원과 충분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p.21)
    • 우리는 경영진은 물론 모든 관리자가 맨 먼저 다음과 같은 행동을 모델화할 것을 요구했고, 모두가 충실히 이행했다:
      • 해야 할 일과 직면한 도전에 대해 개방적이고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는 팀의 관리자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 모든 직원은 극도의 솔직함을 실천해야 한다. 서로 간에는 물론 경영진에게도, 시의적절하게 만나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 모든 직원은 사실에 근거한 의견을 바탕으로 대담하게 토론하고, 그 결과를 엄격하게 시험해야 한다.
      •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고객과 회사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까를 기준으로 행동해야 한다.
      • 모든 관리자는 모든 지위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고성과자를 채용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p.23)
  • 1장 어른으로 대접하라
    • 훌륭한 팀은 모든 팀원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 뭐든지 할 때 만들어진다. (p.26)
    • ​훌륭한 팀을 구성하기 위해선 재능있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어른들, 그러니까 자기 일과 씨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어른들을 채용했다면, 그다음에는 회사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들과 명확하고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p.26)
    • ​대부분의 사람이 일에서 원하는 것 — 출근을 해서,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 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 (p.32)
    • ​’작지만 방해가 되는 사람이 없는 팀’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성공적으로 규모를 키운 ‘고속 성장 기업’에서의 내 경험에 따르면 최대한 군더더기 없는 과정과 강력한 규율 문화가 훨씬 더 우월했다. (p.33)
    •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 (p.34)
    • ​no-vacation-policy policy. 우리는 회사 차원의 휴가 정책을 없앴고, 대신 직원들에게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 나는 각종 관습을 내다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 … 직원들이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회사가 직원을 어른들로 대할 때, 직원들도 어른으로서 행동한다. (p.39)
    • ​회사 안에 리쿠르팅을 직접 담당하는 헤드헌팅 회사를 만들기도 한 것이다. 외주를 주던 일을 직접 하던 만큼, 회사 내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헤드헌팅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뽑았다. (p.39)
    • ​연간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노력한 만큼 가치가 있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항상 틀렸기 때문이다. … 우리의 예측이 무엇이든 간에 3개월 아니 6개월 안에 그것이 어긋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연간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 덕에 절약한 시간만큼 분기별 계획을 세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분기별 계획이 수립되면 3개 분기의 예산을 짰다. (p.40)
    • ​넷플릭스 초창기부터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일해온 테드 사란도스는 고성과자를 각종 제약으로부터 풀어준 것이 콘텐츠 제작 사업을 매우 빠르게 정착시키는 데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 테드가 밝힌 그 접근법의 핵심은 실행력을 갖춘 가장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창작자들에게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줬다. (p.42)
  • 2장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 당면 과제에 대해 직원들과 명확하고도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얘기해라. 관리자들은 당면 과제와 비즈니스가 직면한 도전을 분명히 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경쟁이 심한 사업일수록 사내 정책, 승인 절차, 인센티브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p.48)
    • ​많은 기업이 수많은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붓고,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작 회사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p.53)
    • ​고객서비스 부서의 일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길 원한다면 가장 먼저 회사 손익계산서 읽는 법을 가르쳐라. 일반적으로 고객서비스 상담 직원들은 손익계산서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솔직히 대부분이 오래 근무하지도 않으며, 관료주의 사다리의 가장 하단에 있다. 하지만 모든 사업의 성공은 근본적으로 구전 마케팅으로 견인된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직원들이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대고객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회사의 손익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p.60)
    • ​회사 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을 골라야 한다면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와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기본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정보다. 업무에서 실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p.63)​
    • 직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고안한 측정 지표는 이렇다. 휴게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직원을 만나면 회사가 앞으로 6개월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다섯 가지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어떤 직급의 누가 됐든 상관없다. 그 직원이 대답을 하면서, 당신이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사용했던 단어를 똑같이 사용한다면 정보가 충분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p.66)
  • 3장 극도로 솔직해져라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진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당신이 고용한 ‘어른’들에게 진실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그들이 당신에게 가장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p.73)
    • ​내가 최고인재책임자였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자주 내게 어떤 직원 또는 어떤 부서의 사람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그때마다 난 이렇게 대꾸했다. “그에게 직접 말해봤어요?” 직원들에게 이 정도 수준의 투명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많은 이점을 가진다. 우선 정치공작과 뒤에서 험담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나는 사내 정치를 아주 싫어한다. 그 자체가 형편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p.76)
    • 상사는 때로 직원들을 감싸야 한다는 과도한 압박을 느끼는데, 그러면 해당 직원은 개선의 기회를 빼앗기고 나머지 직원은 불공정한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p.78)
    • 피드백을 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 또 실행 가능해야 하며,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행동 변화가 요구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p.81)
    •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 — 각 팀원은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한 가지, 그만해야 할 것 한 가지, 매우 잘하고 있고 계속해야 할 것 한 가지씩을 말해야 한다. (p.83)
    • ​신뢰는 솔직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나는 직원들이 절반의 진실만 들을 때 냉소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봐왔다. 냉소주의는 암이다. 불만이 전이되고, 아첨과 뒷말을 무성하게 한다. (p.89)
    • ​솔직함에 대한 또 한 가지 핵심은 쌍방향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는 부하직원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거나 정보를 말하지 않고 갖고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p.90)
    • ​투명성은 직원들이 자신이 지지해온 입장에 책임을 지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p.95)
    • 직원들에게 익명이 허용될 때 더 진실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전혀 그렇지 않다. 진실한 사람들은 모든 일에서 진실하다. (p.97)
  • 4장 격렬하게 토론하라
    • 직원들이 강한 의견을 갖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갖고 격렬하게 주장해야 한다. 다만, 의견은 언제나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p.107)
    • ​나는 팀원들이 데이터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해야 하는 동시에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일 것을 기대합니다. (p.112)
    •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는 중요하지 않은 계량에 집착하는 것이다. (p.114)
  • 5장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 팀을 구축하면서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실수는 현재 직원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직원으로 성장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스타트업에서 심각한 문제다. 창업자가 초창기 팀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138)
    • 시간상의 제약을 인식하는 것은 어떤 팀이 필요한지 파악할 때 매우 중요하다. (p.139)
    • 하지만 운영 규모가 내년에 열 배로 커진다면, 그리고 당신이 일정한 수준의 성장만 경험해온 직원들을 팀으로 데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 당신에겐 당신이 예상하는 속도대로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할 것이다.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면 어떻게 될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p.143)
    • 문제는 당신이 데리고 있는 팀으로 시작하면, 더 많이 일할 수는 있겠지만 놀라운 성과를 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비전에서 출발해서 이상적인 팀을 구축해라. 당신이 해결하길 원하는 문제를 찾아내라.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간을 정해라. 그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라.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라. 준비가 되고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가? (p.144)
    •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팀과 같은 것 — 훌륭한 스포츠팀은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스카우트하고 자신들의 라인업에서 선수들을 골라낸다. … 팀장들이 누구를 데리고 오고 누가 나가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오직 자신의 팀이 이뤄내야 하는 성과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p.145) / 리드와 내가 ‘가족이 아닌 팀’이란 비유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회사가 계속 변화하면서 ‘예전의 산만했고 좋았던 날들’에 대한 향수가 강력한 저항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봤기 때문이다. (p.153)
    • 직원을 승진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새로운 역할을 책임질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항상 최선은 아니다. 우리는 팀장들에게 ‘직원들이 어느 정도로 작업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147)
    • 관리자가 커리어를 계획해주어야 한다고 기대해선 안 된다. 오늘날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p.149)
    • 넷플릭스에서 면접을 볼 때 사람들에게 넷플릭스는 커리어를 관리해주는 회사가 아니고, 자신의 커리어는 자신이 관리하는 거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회사엔 그들이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지만 그런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주진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기업들은 대부분 필요한 작업의 반 정도를 직원에게 맡긴다. 그 사람이 그 일 전부를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게 할 여력이 안 된다. 우리에겐 전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는 또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며 경영에 잘 어울리지 않는데도 경영진으로 승진시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흔히 저지르는 실수도 경계하기로 했다. (p.149)
    •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에게 다른 곳에 면접을 봐서 시장의 기회를 알아내도록 제안하는 일이 무척 흔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를 통해 우리 역시 그들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그들에게 보수를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팀을 유동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회사와 직원 양쪽 모두에 이득이었다. (p.150)
    • 처음에 그들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구한다. 그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려고 하고, 창업자들의 비전을 믿어준다. 이 믿음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모든 스타트업이 사실상 미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논리적인 것이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미 시도했을 것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모든 분야의 일을 해보고 이것저것 마구 찔러보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지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하는 게 일상이다. 성공할 만한 제품과 그 제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장을 가질 때까지 말이다. (p.151)
    • 회사의 초기 성공을 이룬 핵심 요소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회사가 적응하고 성장하면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향수’는 불만을 부채질하고, 급기야 성장을 약화시킬 것이다. (p.154)
  • 6장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 넷플릭스 인재관리 세 가지 기본 철학 — 첫째, 훌륭한 사람을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둘째, 모든 직무에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닌 매우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직원일지라도 그의 기술이 회사에 더는 필요치 않다면 기꺼이 작별 인사를 한다. (p.162)
    • “어떤 직원을 내보낼 때란 당신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데려오는 때입니다. … 당신이 고성과자를 채용하는 일에 서툴다면 직원을 떠나보내는 일에도 서툴 겁니다. …” (p.162)
    • 우리는 매우 적극적으로 최고 인재를 발굴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비록 훌륭히 일했고 매우 재능이 있더라도 더는 필요하지 않는 기술을 가진 직원들과는 기꺼이 헤어져야 했다. 사업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인재관리에서 우리의 최우선 임무는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최고의 팀을 구축하는 것이다. (p.166)
    • 성과를 내지 않는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성실히 일해온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당신을 위해 일한 그들이 훌륭한 이력서를 갖게 됐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이다. 넷플릭스에서의 이력은 새로운 직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그들의 이직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도 있다. 직원들이 훌륭한 기회를 찾도록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회사가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는 곳이라는 평판을 얻는 것이다. (p.167)
    • 직장에서 직원들의 행복은 맛있는 샐러드나 낮잠용 수면실이나 헬스 시설 등과 관련된 게 아니다. 직장에서의 진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행복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 (p.169)
    • 사람들의 합류를 설득하기 위한 핵심 지렛대로서 돈을 놓고 경쟁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급여가 매우 좋다는 평판이 돌았고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데리고 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후보자들이 영입 제안을 수락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연봉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다. 또 보상체계에 대한 철학은 얘기했지만 숫자를 논하지는 않았다. (p.169-170)
    • 넷플릭스는 구글에 가고도 남았을 최고 인재들을 계속해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팀을 구축하고 직원을 관리하는 우리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굉장히 명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는 본질적으로 한 가지를 하는 회사다. 그 한 가지를 하는데 적합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 (p.174)
    • 채용을 잘한다는 것은 연결을 잘한다는 뜻이다. 한 회사의 A급 선수가 다른 회사에선 B급 선수이거나 최하위 선수일 수 있다. 아무리 노력을 쏟고 온갖 평가를 하더라도, 직원들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일반적인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넷플릭스가 내보낸 직원 상당수는 그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에 더 탁월했기 때문이다. (p.175)
    • 나는 모든 직원은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낯선 사람을 본다면 멈춰 서서 이렇게 말하도록 하는 철칙을 세웠다. “안녕하세요. 나는 OO입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인터뷰 보러 왔나요? 누구 기다리고 있나요? 당신 차례가 언제인지 확인해드릴까요?” (p.183)
    • 우리의 목표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모든 사람이 넷플릭스에 와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p.184) / 인터뷰와 채용 과정은 당신의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강한 첫인상을 심어준다. 그 인상이 좋다면 채용이 더 수월해지겠지만, 나쁜 인상을 줬다면 갈수록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p.185)
    • 중요한 한 가지는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똑똑한 사람을 채용하고, 그들이 비즈니스맨이 되도록 요구하고, 그들을 사업 운영에 참가시킨다면 그들은 비즈니스맨처럼 일할 것이다. (p.190)
  • 7장 직원의 가치만큼 보상하라
    • 현재 시장 수요와 급여조사는 당신이 미래에 더할 수 있는 가치를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여조사가 참고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혀 다른 것을 비교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회사가 지금 얼마를 지급하는지를 계산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지, 나아가 당신이 향하고 있는 미래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 낫다. (p.199)
    • 내가 넷플릭스에서 한 첫 번째 일 중 하나는 급여체계와 피드백 과정을 떼어놓는 것이었다. (p.199)
    • 고유의 전문 기술과 희소가치를 창출하는 일에까지 내부적인 급여 범위를 엄격히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회사 재정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경쟁력에서 뒤질 것이기 대문이다. 우리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가치만큼 대가를 받기 위해 더나야만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타사의 면접을 보라고 격려햇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대가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p.202)
    • 일단 회사의 성과를 높여줄 잠재력이 가장 큰 직책을 찾아내고, 우선 그 자리부터 최고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p.204)
    • 평균적으로 15%의 직원만이 ‘스타’로서의 성과를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가장 성공적인 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큰 차이점은 그 스타들에게 어떤 성격의 일을 맡기냐에 있었다. “최고의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불평등주의’를 활용했다. 그 기업들은 자사의 스타들을 개인이 회사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 집중시킨다. 결과적으로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 대부분(95% 이상)이 A급 인재들로 채워진다.” (p.204~205)
    • 나는 적합한 보상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급여와 그 이면에 있는 철학에 대해 공개적인 대화를 하는 거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사람들이 급여를 폭로하는 것이 선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보상이 비이성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때문이다. (p.210)
    • 나는 성과에 다라 지급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평가 방법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과에 따른 보수와 평가에 따른 보수 간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p.211)
  • 8장 멋지게 헤어져라
    • 우리 모두는 회사 내에서든 새로운 회사로든 주기적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직원이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에게 이 점을 지적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가 빠르게 수정하거나 새로운 회사로 옮길 수 있다. (p.217)
    • 연례 인사고과 시스템의 문제는 … 시간과 비용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것이다). 정작 직원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이나 코칭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 당신이 연례 고과를 없앨 권한이 없는 관리자라면? 직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자주 갖는 것부터 시작해라. 이는 훨씬 효과적이고 인간적이다. (p.220)
    • ​누군가를 채용했는데 그들이 임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면, 문제는 그 개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채용 과정에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을 잘못 채용한 것이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좌절감에 젖게 해선 안 된다. (p.225)
    • ​물론 성과 향상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직원이 일정 시간 내에 기술을 갖추도록 돕는 분명한 방법이 있다면 응원한다, 그렇게 해라. 그런 기술들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익히거나 유창한 발표자가 되는 것처럼 기초적인 요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나은 팀원이 되거나 직원 관리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소프트스킬일 수도 있다. (p.227)
    • ​내가 참여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직무에 헌신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현실을 직시하자. 그런 사람들에겐 수확할 수 있는 열매가 많지 않다. 그들에게서 하나라도 더 짜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모든 자리를 고성과자들로 채우는 것이 현명한 길 아닌가? … 직원 참여와 성과 사이에 아무런 고리가 없다 … (p.238~239)
    • ​나는 관리자들에게 팀원을 평가할 때 단순한 규칙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나는 이를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 이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뭐지? 이 사람이 특별히 잘하는 것은? 이 사람이 잘했으면 하는 것은? (p.232)
    • ​많은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어려운 진실을 사탕발림으로 얼버무리려 하고,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순간을 결정하지 못하고, 직원들이 정말로 원하지 않거나 회사가 필요로 하지 않는 직무에 그들을 밀어 넣는다. 이런 일들 때문에 해당 직원과 팀 전체가 힘을 빼앗기고 기가 꺾이며 서서히 시들어 간다. 직원들은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진실을 실시간으로 알 권리가 있다. 그들을 솔직하게 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들과 당신의 팀을 번성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p.240)

영화 ⟨프레셔스⟩ (Precious, 2009) 봤다

할렘의 16세 소녀, 프레셔스

1987년, 할렘의 16세 소녀 프레셔스. ‘귀하다’는 뜻의 그 이름이 역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처참하고 비참하게 살고 있는 이 소녀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내쫓긴다.

16세에 벌써 두 번째 임신이라니. 흠모하는 남자 선생님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것말고는 학교생활에 달리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퇴학 자체가 프레셔스에게 큰 사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집까지 찾아온 교장선생님은 초인종을 여러 번 울려가며 프레셔스에게 꼭 대안학교를 찾아가길 권한다. 프레셔스에게 기대가 있었는지, 작은 호의를 베푼 것이었는지, 동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깟 공부 좀 해서 백인들 흉내내보았자 넌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 거라는 어미의 폭언과 저주를 뒤로하고 프레셔스는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레인 선생님과의 만남

그렇게 만난 레인 선생님. 첫 만남에서 레인 선생님은 프레셔스에게 무엇을 잘 하는지를 묻는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프레셔스는 나는 잘 하는 것이 없다고 답한다.

레인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잘 하는 것이 있다고 말해준다. 레인 선생님 이전에는 누구도 프레셔스에게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다. 그 순간 프레셔스의 눈빛이 달라진다.

사실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제대로 된 읽기, 쓰기 교육도 받지 못했던 프레셔스는 레인 선생님으로부터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니더라도 일단은 무엇이든 매일 써보라는 레인 선생님의 주문을 프레셔스는 성실히 따르려 한다.

그러나, 집은 여전히 시궁창이다. 하루종일 티브이만 보는 어미는 프레셔스와 프레셔스의 첫째 아이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그 지원금으로 살아간다.

어미는 학교를 다니려는 프레셔스가 못마땅하다. 배워서 무엇하느냐 그래봤자 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니 그냥 정부 지원금이나 받아먹으며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폭언을 일삼는다.

대체 이 어미는 자기가 낳은 딸인 프레셔스를 왜 이다지도 미워하는 것일까. 이유는 있었다. 프레셔스가 자신의 남자를 꼬셔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까지 가졌다는 것이다.

말은 바로해야지. 프레셔스는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것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프레셔스의 이런 이야기를 어미는 믿어주지 않는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둘째 아이까지 낳은 프레셔스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어미의 폭행이 자신을 넘어 갓난 아이에까지 미치자 결국 집을 나온다. 잠시 레인 선생님 친구 집에 몸을 의탁한다. 레인 선생님과 그 친구는 웃음과 따뜻함으로 프레셔스를 대한다.

프레셔스는 궁금하다. 대체 이들은 왜 이다지도 나에게 친절한 것인가. 프레셔스는 감히 레인 선생님이 통과했을 어두운 긴 터널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그 긴 터널을 돌파할 수 있는 빛을 품었기에 터널을 나와서도 남들에게 그 빛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프레셔스는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문맹퇴치상도 받는다. 중학교 검정고시와 비슷한 시험도 통과한다.

레인 선생님 친구의 집을 나와 복지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프레셔스를 찾아온 어미는 프레셔스를 강간했던 아비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그 아비가 에이즈로 죽었으니 너도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전한다.

결과는 양성. 프레셔스는 오열한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것인지. 이제 프레셔스에게는 희망이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레인 선생님은 프레셔스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글을 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 있으면 그 고통을 글로 써. 자신을 위해서,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써.

사랑. 선생님, 사랑은 나를 때리고 강간하고 짐승 같은 년이라고 불렀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 그건 사랑이 아니다, 프레셔스. 사랑은 너가 너의 아이에게 주는 것, 너의 아이가 너에게 주는 것, 그리고 내가 너에게 주는 바로 이것이 사랑이란다.

다시 프레셔스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어미의 요청 앞에서 두 아이를 힘겹게 둘러업은 프레셔스는 어미의 솔직한 반성에 고마움을 표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고자 한다.

다시 어디론가, 아마도 미래로, 두 아이와 함께 걸어간다. 그러나, 어디로. 프레셔스는 대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오프라 윈프리

이 영화의 제작으로 참여한 오프라 윈프리. 그는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18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9살때는 사촌 오빠나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14살 때 조산아를 낳았고, 그 아이는 2주 만에 죽고 말았다.

기구한 세월을 견뎌내기 어려워 자살도 생각했고 마약이나 담배로 현실을 잊고자 했고 한때는 폭식으로 몸무게가 엄청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레셔스와 많은 점이 비슷하다.

그런데 오프라 윈프리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돈도 잘 버는) TV쇼 진행자이다. 힘겨운 과거를 딛고 성공했기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가 대단한 것이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어두운 과거는 오프라 윈프리가 큰 성공을 거둔 뒤에 한 가족에 의하여 ‘폭로’된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 윈프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진행하는 TV쇼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과거를 밝힘으로써 이를 ‘극복’했다.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프레셔스가 오프라 윈프리처럼 인생 대역전을 이루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폭행에 시달리며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누가 감히 프레셔스에게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자신도 레인 선생님을 따라 고통이란 이름의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자 노력하는 프레셔스에게 조심스럽고 간절한 응원을 보낼 뿐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프랭클린 자서전⟫ (2009) 읽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삶에서 본받을 점이 있다면, 그는 허황된 이론가가 아닌 견실한 실천가였다는 사실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고 퍼뜨리는 이들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그는 그에 그치지 않고, 절제, 근면, 진실, 겸손의 실천을 통해 ‘현실화’ 해냈던 것이다.

특히 타인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 비밀모임을 통해 자기발전과 상호부조를 도모한 것, 공공사업 추진에 있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것, 쓸데없는 논쟁은 가급적 피하려고 한 것이 주요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타고난 성정, 즉 지적교만으로 논쟁을 통해 남을 굴복시키려는 욕구를 긴 세월의 훈련을 통해 억누르고 좋은 습관을 가졌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자신이 지닌 것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2009)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한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조건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으므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직관에 위배되지 않는다.

‘성공’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적 성공’ ― 부, 명예, 권력 등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 ― 이기 때문에 자연히 사회문화적 조건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성공적인 삶을 살 수는 있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Outliers는 ‘운’이라 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을 타고나야 가능하다. 저자는 이 ‘운’을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 가지 재미있는 개념들이 있다.

먼저, ‘누적적 이득’, 이는 ‘마태복음 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1등을 해 본 사람이 계속 1등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1등과 2등이 큰 차이가 없더라도 1등에게 사회적으로 더 많은 자원과 지원이 모이게 된다.

다음으로, ‘실용 지능(practical intelligence)’. 이는 IQ 195의 천재 크리스 랭건과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교하면서 나오는 개념이다. 랭건은 목장에 살며 잡문들을 쓰면서 하루를 보내고, 오펜하이머는 누구나가 아는 물리학자가 됐다. 똑똑하기로는 둘 다 똑같이 똑똑했는데,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는가?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지능과 실용 지능은 독립적이다. 일반 지능이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실용 지능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다.

랭건은 저학력·저소득층 가정에서 나고 자랐고, 오펜하이머는 문화적 교양이 풍부한 집안에서 자랐다. 상류층 집안의 자녀들이 ‘집중 양육’(concerted cultivation)을 받을 기회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 집중 양육을 통해 아이는 현대사회에 적합한 ― 성공에 더욱 유리한 ― 실용 지능을 익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 PDI는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국가와 문화권마다 PDI는 차이를 보이며, 흥미롭게도 이를 항공기 추락사고와 연결지을 수 있다.

거대한 여객기를 조종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기장과 부기장의 적절하고도 조화로운 파트너쉽이다. 기장과 부기장은 엄연히 권력관계에 있지만, 때론 이를 넘어서는 조언을 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윗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부드럽게 돌려 말하기’(즉, 완곡어법)가 일반적이다. 서구의 의사소통은 ‘화자 중심’인 반면, 동양의 의사소통은 대체로 ‘청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조종사들의 PDI는 높은 편이었으며 PDI 상위 5개국가와 항공기 추락사고 발생 빈도 상위 5개국가는 딱 맞아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용어를 영어로 바꾸었다. 이것은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행위인가? 이 조치를 단행했던 델타항공의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오히려 이로써 “한국인이 스스로의 문화적 기원에 솔직해지”는 것으로 봤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문화적 유산의 힘은 강력하고 널리 퍼져 있으며 본래의 유용성이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일약한다: “문화를 무시하면 비행기가 추락한다.”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출판, 2007) 읽었다

직업 정치가가 가져야 할 요건은 ‘비창조적 흥분 상태’와 구분되는 ‘객관적 태도’로서의 열정과 책임의식 그리고 이 둘을 가능케 할 균형감각이다.

직업 정치가라면 자신의 내적 기반 ― 즉, 신념 ― 에 의해 행동하되, 자신의 행동에 의한 결과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베버가 강조해마지 않는 책임윤리이다.

반면, 신념윤리는 자신이 가진 신념만으로 정당하며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직업 정치가가 베버가 말하는 좁은 의미의 정치 영역에 헌신하고자 한다면, 그는 그 속에 숨어있는 악마적 요소들에도 민감해야 한다.

트로츠키의 말처럼, 현대 국가는 폭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때론 수단이 정당화 될 수도 있다. 아니. 베버는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이 정당화 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목적의 달성, 즉 자신이 실행한 바에 따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념윤리란 마지막 순간에 개인적 소회를 통해서 드러나야만 가치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념윤리가 없다면, 헌신과 열정은 생기지 않고 허무한 껍데기 속에서 공허함을 느낄 뿐이다. 고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상보적 관계에 있다. 가슴 깊은 곳에는 신념윤리를 간직하되, 행동에 있어서는 책임윤리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베버는 ‘나이든 이’로서 경고한다. “10년 뒤에 어디 두고봅시다”라고. 내 강연을 듣는 이 중에 몇이나 여전히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책임을 갖고 살고 있을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정치의 영역에 뛰어들기 보다는 평범한 시민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낫지 않겠냐.

그럼에도, 자신이 정치에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두꺼운 널판지를 뚫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늘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현재로서 가능한 것조차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dennoch!)의 자세. 직업 정치가, 소명을 가진 정치가에게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해야만 하는 때는 “바로 지금!”이다.

부차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대 정당 발전 과정에 대한 베버의 사회학적 통찰 역시 새겨둘만 하다. 특히 코커스(caucus), 전당대회와 같은 ‘기계’(machine)의 등장은 ‘대중적 독재자’의 출현을 초래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영혼이 없는 명망가 정치가 득세하게 될 뿐이라는 분석은 모종의 이분법으로 우리의 선택을 종용한다. 현대 정당체제에서 정말로 주어진 선택지는 그 둘 뿐인가? 어쨌든 한국의 경우는 전자에 더욱 가까운 것 같다.

또한 대체적으로 직업 정치가는 변호사이거나 저널리스트, 이익집단, 당 관료 등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고도 덧붙인다.

변호사는 자신의 고용인을 위해 질 법한 일도 이길 수 있는 논증을 퍼부으며, 이길 수 있는 일은 더 잘 이기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다. 직업 정치가의 중요한 자질인 연설 능력, 글쓰기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널리스트의 경우에는 글쓰기의 능력이라는 부분에서 주목 받으나 ‘글쟁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당 관료는 ‘정치꾼’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익단체 소속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현대로 올수록 저널리스트는 점점 정치에 의존해서 살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이익단체 활동을 통해 정치 영역에 입문하는 것은 바람직한 경로라 하겠다.

베버는 정치, 정당 제도로서 외적인 요건이 가지는 특성과 직업 정치가의 내적 자질에 대해서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제도적으로는 어쩔지 몰라도, 영국의 경우에는 의회 정치가 발달하고 독일의 경우에는 관료 정치, 미국의 경우에는 대중적 독재가 가능할 지 몰라도, 어쨌거나 직업 정치가의 자질을 따질 때는 ‘윤리’는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좋거나 싫거나 직업 정치가의 손에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릴 지렛대가 쥐어져 있다. 이 수레바퀴를 아무나 굴리게 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업 정치가에게 책임윤리를 강요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이 무거운 질곡을 견뎌내지 못할 사람이라면 그 영역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만류해야 한다.

현대 정치 제도에 대한 것으로 출발한 베버의 강연은, 결국에는 청중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이 정말로 직업 정치가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보시길 바라오. 비창조적 흥분 상태를 열정으로 오해하지는 않고 있는지,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말이오.”

나 역시 베버의 질문을 내 가슴팍에 받들어 자문해본다.

조시 웨이츠킨, ⟪배움의 기술⟫ (2007) 읽었다

저자는 어릴 적 체스챔피언으로, 청년이 되어서는 태극권추수(推手)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단순히 잘한 정도가 아니라, 둘 다 세계제패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나는 저자의 이색적인 경력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집었다. 일반적으로 체스와 태극권은 (하나는 머리, 하나는 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질적인 것인데, 만약 저자가 이 둘을 통합하여 깨우친 궁극의 비급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엿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비급 같은 건 없다, 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형편없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때론 심오한 경지를 내보이고 있는데, 내가 체스와 태극권에 익숙치 않은데다 저자와 비슷한 강도의 수양을 경험한 적이 없는지라 그 가치를 제대로 헤아리기 힘든 면이 있다.

저자가 실감나게 묘사한 태극권추수경기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체스와 태극권 모두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라 할 수 있고, 이에 저자가 극복하고자 하는 상황은 ‘예측하지 못한 혼란으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지는 경우’이다. 결국 저자가 일러주는 배움의 기술은 “매일 꾸준히 정교하게 기술을 연마하고, 실전에 대비하여 자신이 취약한 상황에 집중적으로 대비하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건진 것을 아래에 옮겨둔다.

  • 승패 따위는 중요치 않다고 말하지 말라. 대니는 승패가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위로한답시고 그렇게 말했다간 도리어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왜 그토록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단 말인가? 왜 체스를 공부하고, 경기에 참가하려고 아까운 주말을 낭비했단 말인가? 시합의 결과는 중요하고, 대니도 그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함께 공감하는 게 문제해결의 시발점이다. (p.67)
  • 하지만 완벽함에 집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완벽주의자들에겐 실수가 두려움, 이탈, 불확실성, 혼돈을 불러일으켜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게 만든다. (p.85)
  • 하지만 우리가 실수를 저지른 후 과거에 집착할 경우 이 평행선[시간과 우리의 인식]은 서로 어긋나게 된다. (p.89)
  • 먼저 어깨에 힘을 뺀 채 양 손바닥을 몸쪽으로 향하게 하고 양손의 집게손가락은 엄지손가락으로부터 약간 떨어지게 한다. 이때 양손가락을 천처히 펴면서 숨을 들이마신다. 그런 다음 가운데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엄지손가락에 의식을 집중시킨다. 이때 호흡과 정신은 손가락 맨 끝으로 부드럽게 향해야 한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배꼽에서 약 6센티미터 밑에 있는 원기가 왕성한 단전에 모은 후, 기 에너지를 단전에서 손가락으로 이동시킨다. 숨을 들이쉰 후에는 천천히 숨을 내쉰다. 손가락을 이완하고 정신은 휴식을 취하고 엉덩이 관절에 힘을 빼고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을 집중한다. 숨을 내쉰 다음, 다시 기를 모은다. (p.121)
  • 그동안의 선수생활을 뒤돌아볼 때마다 ‘초심자의 마음가짐’과 ‘실패에 투자하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p.133)
  • 배움의 원리는 큰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은 부분의 미세한 신비로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p.136)
  • 언제나 깊이는 넓이를 이긴다. 왜냐하면 깊이는 만질 수도 없고 의식할 수도 없는 우리 속에 잠재하고 있는 창조적인 요소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p.143)
  • 혼란스런 상황에 대처하는 3가지 방법:
    첫째, 불완전한 상태를 차분히 받아들이는 법
    둘째, 수련을 통해 그런 불완전함을 이점으로 활용하는 법
    셋째, 의식에 파동을 일게 하는 방법. (p.146)
  • 휴식시간을 잘 활용하는 선수는 위험한 고비의 순간이 닥쳐와도 거뜬히 극복해낼 수 있다. (p.199)
  • 상대가 반칙할 때, 내 감정을 부정하는 대신 그런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오히려 정신을 집중하는데 역이용했다. (…) 최고가 되려면 우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천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억압하면 더이상 자신의 직관이 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 다음 단계는 감정적인 반응을 집중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도망가거나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을 억누르는 대신, 일어나는 감정과 대면하여 그것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는 극복할 수 있는 영감을 발견해야 한다. (pp.224-225)
  • 어떤 경우든 연습이 중요하다. (p.167)
  • 진정한 배움의 기술은 숙련이란 차원을 뛰어넘어 우리의 본질 속으로 들어갈 때 습득된다. (p.231)
  •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합, 모험, 사랑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 인생의 갖가지 시험에서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와 상관없이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전쟁터를 만나게 될 것이고, 평지풍파를 만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또 온 세상이 나를 방해하려고 사방에 건초더미를 쌓아올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때야말로 더욱 열심히 노력할 때다. 그리고 그것을 통과할 열쇠는 견디기 힘든 압박감 속에서도 창조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기초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p.274)

우석훈, ⟪조직의 재발견⟫ (2008) 읽었다

우석훈이 쓴 ⟪조직의 재발견⟫을 읽으며, 내가 몸담았던 ‘조직’을 되돌아봤다. 소위, ‘조직의 쓴맛’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쓴맛’까지는 아니고 ‘씁쓸한 맛’을 느낀 적은 있다. 올해 여름부터 새로이 꾸리고 있는 학회의 ‘조직화’를 피하는 이유도 그 씁쓸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그럼에도 조직은 영원하다. 기업도 이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어찌보면 ‘살아남기’가 조직 자체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학회를 시작한 이유도 비슷하다. 일단 조직이 있으면 내가 없더라도,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그 뜻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학회가 하나의 ‘고정점’으로서, 대학 사회에서 제 기능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변부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이 고정점을 중심으로 조직을 형성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동무들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학회 조직화’는 이번 겨울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 당장 내일 동계 워크샵의 주된 논제도 “어떻게 학회를 조직하고 운영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조직에 몸담게 된다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 특히 대학에서 겪었던 ― 조직은 대부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딱,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럼 절이 떠나리?”하는 것이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인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말 것이냐?”고 되물어도 소용없다.

“아무튼 나도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정도는 버텨야지. 이 정도도 못 버티면 그냥 떠나라.” 정도의 답이 돌아왔으리라. 그럼, 왜 조직에서 활동을 하는가? “들어올 때, 자기가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란다. 결국 조직 활동의 강제성은 제대로 맺지도 않은 ‘계약’(“한다고 했으면 해야지, 왜 안해?”)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가장 씁쓸한 경험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한 학생 조직에서 학술 행사를 진행할 때였다. 당시에 행사 일정 내내 조직위원들이 모여 심야회의를 했다. 당일 행사를 평가하고 내일 행사에 대해 간단히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 시간이 생산적이었는가 하면은 절대로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는 ‘푸념’ 및 ‘윽박 지르기’가 난무했는데, 이걸 인정하고 달래가기는 커녕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왜 지금에와서 딴소리냐!”는 식의 비판이 분위기를 지배했다.

지금도 선명한 장면은 한 친구가 자신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과되고 있음을 토로했고, 피로함을 하소연했음에도 “한다고 했으면 해야지.”라는 반응이 반복되었을 때이다. 내가 당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 일은 나에게 ‘조직화’의 스트레스로 남아있다.

지금 활동하는 학회에서도 얼른 학회장, 부학회장을 뽑고 회칙 제대로 만들어서 본격적인 조직화의 길을 걷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제안을 하는 이들의 선의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껏 그런 식의 조직화가 남긴 건 조직 뿐이었다. ‘살아남기’ 자체가 조직의 근본 목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원진을 선출하고, 체계를 쌓고, 조직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일부 사람들에게 업무를 집중시키고, 잘하면 본전이며 못하면 책임을 묻자”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 학회에는 우리 학회에 걸맞는 조직 체계가 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정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학회원이 제안했던 세미나 이외의 시간에 별도의 운영위원회의를 갖자는 의견은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학회원이라면 누구나 운영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의 장은 ‘추첨’으로 추대한다.

혹시 아무도 운영위원회의에 참가하지 않으려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지만, 학회 상황이 그렇게까지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운영위원회가 문제겠는가? 세미나도 제대로 돌아가질 않을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영원한 청춘⟫ (2003) 읽었다

靑春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
신념과 희망이 넘치고 용기에 차
매일 새로운 활동을 계속하는 한
청춘은 영원히 그대 곁에 있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이라는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경영의 神,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자서전. 장래 경영인, 경제인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다.

조지 레너드, ⟪달인⟫ (2007) 읽었다

사진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간에 통달(通達)로의 첫걸음을 위해서는 ‘두려움’이라는 역치(閾値)를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맛을 들이면 한동안은 즐길 수 있다가도 어느 경지에 이르면 또다시 그 길을 막아서는 것이 생기는데 이것이 ‘지루함’이다. 기어이 이 단계를 극복하면 다음에는 ‘꺼드럭거리는 기운’이 사방으로 뻗친다. 권총 사격을 처음 배우고 뭐든지 쏴보고 싶었다던 리영희 선생의 소회(所懷)가 와닿는 부분이다.

나도 수영을 조금 익히고는 물이란 물은 다 뛰어들어서 헤엄질을 해보고 싶었고, 사진에 맛을 들이고는 만물을 나의 피사체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부린 적이 있었다. 물에 빠져 죽을 경험을 몇 번, 질리도록 찍어대도 ‘완전히 담아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몇 번, 자연스레 ‘겸손’해졌다. 수영과 사진에 대한 애착은 더욱 깊어졌다. 출전을 위한 수영이 아닌, 출품을 위한 사진이 아닌, 수영을 위한 수영과 사진을 위한 사진을 즐기게 되었다. 이제 여기에다 삶의 무게를 얹고 전부를 매달면 ‘모든 것을 위한’, ‘모든 것에 의한’ 수영 또는 사진이 될 것이다. 바로 여기가 프로 정신과 아마추어적 애호가 갈라지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보면, 먹물 좀 먹었답시고 목에 빳빳하게 힘주고 다니며 돈과 권력 앞에서는 절로 굽신대는 이들이 정말로 머리를 조아려야 할 분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말이 필요한 것은 총칼 앞에서 가장 무력하게 부러졌던 것이 펜대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총칼 앞에서 당당히 맞서왔던 것들은 마르고 거친 흙을 뒤집으며 땀으로 삶을 일구던 쟁기와 곡갱이였다.

개인적 삶의 완성을 우습게 생각하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있었다. 해체와 해체가 거듭되는 신자유주의라는 초거대 담론이 세계를 지배하며 개인들을 불안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모든 잘못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으니,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그걸 사회에 요구하거나 하면 대번에 무능한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개인은 쉼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결국엔 제살 뜯어먹기일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생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때에 나는 맹랑하게도 달인(達人)이 될 것을 제안한다.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수양을 권한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느림’으로 제동을 걸고, 더 많은 물질이 아닌 고매한 ‘정신’을 좇으며,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몸 가꾸기가 아닌 나와 만물을 위한 ‘참살이’를 행하자. ‘나’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나와 사회, 나와 세계의 관계성 위에 자신의 삶을 올려놓자.

도다 세이지,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2006) 읽었다

어제 기숙사에 도착해서, 다시 한 번 읽었다. 에피소드 별로 몇 번 더 읽기도 했다. 시험기간 내내 기다렸는데 아마 시험기간 도중에 배송되었더라면 시험준비를 등한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는 그림체가 유려한 것은 아니지만, 인물의 감정표현에 능숙하다. 그리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그 정점에 ⟨인생⟩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것이 당신의 인생입니다.」
“…그냥 양파 같은데요.”
「껍질 한 겹이 나이 한 살입니다.」
“…….”
“알맹이가 없는데요….”
「그런 거에요.」
“게다가”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단편적으로만 보면, 작가는 마치 인간의 삶이란 별 볼일 없는 것이고 무의미한 것이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도다 세이지의 작품 전반에는 ‘이 지독한 삶’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녹아있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좋지만, 나는 특히 두 번째 장―한 페이지짜리 일상―을 좋아한다.

기나긴 폭풍우를 피해 방주에 탔다.
신께서 말했다.
「대충 4, 5명이 한 조가 되거라.」
「여기는 이 4명이 한 조다.」
억지로 묶인 사람들이므로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해하려고는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약간은 행복해질 것이다.

위는 역시 같은 장에 포함되어 있는 ⟨가족⟩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검둥이와 걷다⟩)에서는 이혼한 아버지가 딸에게 “가족은 그냥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실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정 과잉이 아니라서 좋다. 그저 담담하게 말해도 오랜 여운으로 남을 수 있다. 화자가 흥분하면 독자는 싸늘해지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