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2019) 읽었다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2019)

기업은 혁신을 멈출 때가 아니라 자사의 초기 성장을 이끌어준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던 눈을 다른 데로 돌릴 때 성장 정체를 겪는다.

이 책, 365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고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보다 ‘경쟁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기업은 고객을 신경쓰지만, 경쟁사에 대해서는 거의 집착하는 수준이다.

저자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에 의하여 그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단순히 기술 혁신에 뒤쳐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도 기술의 ‘사용자’일 뿐이다.) 오히려 기술 같은 기존 자원만을 중시하다가 ‘고객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의 단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일부가 끊어지고 대체되는 것,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주로 기술 혁신을 떠올리지만, 저자에 의하면 진짜 파괴적인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혁신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회사가 가치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창출하고, 가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확보하는지에 관한 것이다(87쪽).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가치 창출),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활동(가치에 대한 대가 부과), 가치를 창출하지도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가치 잠식)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세심하게 살피고 상세히 그려내서 이를 대체하거나 가치 향상을 통해 추가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때 가능하다. 분석의 핵심은 고객이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 파괴자가 제공하는 제품보다 고객의 금전, 시간, 노력과 같은 비용을 더 발생시키는지, 덜 발생시키는지를 알아내는 게 핵심이다(152쪽).

디커플링을 사용한 파괴의 5단계 과정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케이스는 아마존(Amazon)과 베스트바이(Best Buy)이다.

아시다시피 아마존은 베스트바이와 같은 소매 점포업을 ‘파괴’했다. 아마존은 여러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기술 혁신, 물류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접근한다.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고객들이 물건을 직접 본 다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베스트바이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여 제품을 살펴본 다음 구매까지 이어지는 단계에서 고객 가치사슬을 끊어냈다.

베스트바이는 이러한 아마존의 디커플링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베스트바이는 최저가격보장으로 아마존과 맞섰지만 그런 출혈 경쟁이 오래 갈 수는 없었다. 베스트바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했다. 제조업체들이 베스트바이의 매대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가치 창출), 베스트바이가 아무런 대가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삼성, LG 같은 가전 제조업체에 쇼룸/전시실 공간을 내어주고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했다.

베스트바이의 이런 대응 방식은 저자가 기존 기업이 디커플링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설명하는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기”에 해당한다.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면밀히 살펴서 가치는 창출되지만 대가 부과를 하지 않았던 누수 지점을 차찾는 것이다. 해당 단계를 분리해서 리밸런싱 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도전 받고 응전하면서 발전한다. 그것을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고객이 향유하는 가치가 커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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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피터 드러커가 지식근로자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가져야 할 습관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체계적인 시간관리의 필요성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시간에 대한 충실한 관리 여부이다.

피터 드러커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는 자신이 맡은 일부터 먼저 검토하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고려한다. 그리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출발한다.

시간관리 기법은 3단계 프로세스로 요약된다.

  • 시간을 기록한다.
  • 시간을 관리한다.
  • 시간을 통합한다.

먼저, 실제 사용 시간을 진단한다

지식근로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실제로 사용한 시간을 기록해두는 일이다. 시간 활용방법은 연습을 통해 개선된다. 시간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만이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시간을 낭비하는 활동을 찾아내서 제거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1.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무 일도 없다”는 답이 나오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라.)
  2. 기록된 활동 가운데 다른 사람이 해도 최소한 나만큼은 할 수 있었던 일은 어떤 것인가? (그 일을 다른 사람에 맡겨라.)
  3. 내가 하는 일 가운데 다른 사람의 목표 달성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일은 없는가? (다른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물어보라.)

다음으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위기를 다른 직원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업무로 전환시켜야 한다.

시간 낭비는 종종 인력 과잉의 결과다. 인원이 너무 많은 경우, 그들은 일 자체보다는 그들 사이에 상호작용 하는데 더욱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군살 없는 조직에서는 서로 충돌하지 않고 일을 수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하는 일을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회의를 매우 빈번하게 갖는 건 시간을 낭비시키는 조직구조상의 결함의 한 예다. 항상 회의는 필요 이상으로 열린다. 모든 회의는 소규모의 많은 회의를 낳는다. 회의는 당연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유재량 시간을 통합한다

순 칼슨(Sune Carlso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달성을 가장 잘 하는 최고경영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90분씩 전화 연결도 안 된 서재에서 일을 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자유재량 시간(discretionary time)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다음 그들은 적당한 정도의 연속적인 시간을 확보한다.


“너 자신의 시간을 알라.”(Know thy time.)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말이다. 실천한다면, 사업에 공헌할 수 있고 목표달성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피터 드러커, 목표 달성을 위해 익혀야 할 습관 5가지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지식근로자 고유의 일이다.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to effect/execute)이 곧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의 과업”이라고 했다. 위 인용문은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한국경제신문, 2014)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지능, 상상력 그리고 지식을 결과로 연결시키려면 목표달성 능력(effectiveness)이 필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올리는 인간형(effective personality)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목표달성 능력은 일종의 습관이다. 습관적인 능력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이 실행능력은 연습을 통해, 그리고 반복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

지식근로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익혀야 할 습관적인 능력은 아래와 같다:

  1.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안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시간을 활용한다.
  2. 활동의 초점을 외부 세계에 맞춘다. 자신의 노력을 결과에 연결시킨다. ‘내가 창출해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는 결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3. 강점을 바탕으로 성과를 낸다.
  4. 업무의 우선 순위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고수한다. 중요한 일을 먼저한다. 두번째로 중요한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5.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것이 체계적 절차라는 것을 이해하고 올바른 순서에 따라 올바른 단계를 밟는다.

에이미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 (2019) 읽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책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조직의 구성원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해도 모욕당하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질책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팀 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무 수행의 창의성과 몰입도를 높이고,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 풍경은 어떨까. 팀장이 “의견 있으면 기탄 없이 얘기해달라”고 강조해도 회의실에는 긴 침묵이 이어진다.

팀원들은 의견을 말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배웠다. 전략적으로 침묵을 선택한다. 팀원들을 탓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

“직원들이 회의실보다 복도에서 진실을 얘기한다면, 경영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에드 캣멀, [창의성을 지휘하라])

이 책에는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실천 방안이 제시된다: 토대 만들기, 참여 유도하기,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단 번에 이뤄지는 건 없다. ‘심리적 안전감’ 구축의 중요성을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함께 조금씩 쌓아올리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랜디 코미사, ⟪승려와 수수께끼⟫ (럭스미디어, 2012) 읽었다

창업자들과 VC들의 추천도서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책이다.

랜디 코미사(Randy Komisar)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 및 기업 자문을 하고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강의를 하고 있다. 벤처 비즈니스의 세계로 오기 전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사업 아이디어를 들고 저자를 찾아온 (가상의 인물) ‘레니’와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니’와의 문답을 통해 실리콘밸리 VC들이 투자를 검토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를 설명하고,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질문을 던진다:

“열정(passion)을 좇을 것인가. 의욕(drive)을 따를 것인가.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치 않는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저자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몇 번의 커리어 변곡점을 지났다. 그 여정을 회고하는 자전적인 부분도 이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모든 선택과 결정에는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는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며 원치 않은 일에 인생을 평생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256쪽)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청림출판, 2001) 읽었다

이 책은 ‘지식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가 ‘조직’ 속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지식 사회의 도래’라는 역사적 분석과 ‘시간 관리’ 같은 개인적 수준의 실천법이 한 책 안에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 이거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였다.

가령,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지식 근로자, 특히 모든 경영자는 상당한 양의 연속적인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193쪽)와 같은 문장은 지금도 종종 타임라인에 공유되는 ‘메이커의 시간, 매니저의 시간’ 운운을 떠올리게 했다.

그밖에도 목표 달성 능력 또는 실행 능력, 조직 목표에의 공헌, 강점 발견을 위한 피드백 분석의 활용법 등등 지금도 논의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그 중요성을 지적하고 개략적인 정리를 해놓은 걸 보면서 놀랍기도 했다.

더하여, “마르크스는 종종 다윈과 프로이트와 함께 ‘현대 세계를 창조한 삼위일체’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마르크스 대신 테일러를 그 자리에 앉혀야만 한다.”(53쪽)와 같은 독창적 주장을 접할 때면, 2020년 현재 이 세계를 마르크스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지 아니면, 피터 드러커가 그 영향력이 저평가되었다고 성토하는 테일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인지 고리타분한 ‘자기계발서’일 거란 선입견이 있었다. 경영과 마케팅 관련 좋은 글을 꾸준히 써주시는 분께서 피터 드러커 예찬론자셔서 그 영향으로 읽을 마음이 생겼다.

‘지식인’이 될 거라 착각했던 학부 1학년 때, 사르트르의 책,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읽을 것 아니라 ‘지식 노동자’가 될 처지를 받아들이고 이 책을 읽었어야 했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2018) 읽었다

‘평균값’은 대상의 다차원적 특징을 설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간. “평균적인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30쪽)

그런데, 인간은 어쩌다 ‘평균의 지배’를 받게 되었을까. 평균은 어떻게 우리의 ‘이상’이 되었을까.

테일러리즘과 표준화, GPA로 줄 세우는 평가 방식이 ‘평균주의’를 강화해왔다.

저자는 이 평균주의를 대체할 ‘개개인성 원칙’(The principles of individuality)을 내세운다.

개개인성 원칙의 핵심은,

  • 인간은 다차원적이고 각 차원 간에 연관성이 희박한 들쭉날쭉한 존재라는 것(①들쭉날쭉의 원칙, The jagedness principle)
  • 인간의 행동은 지극히 맥락적이여서 인간 성격/기질/특성의 유형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②맥락의 원칙, The context principle)
  • 인간의 발달 경로에는 어느 하나의 지배적인 경로가 규범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며, 모든 경로가 동등한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한 개인에게 맞는 경로란 그 개인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③경로의 원칙, The pathways principles).

직장에서 임직원의 개개인성을 장려하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학교에서는 획일화 된 경로를 제시하지 말고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면 학생들의 개개인성을 더욱 꽃피울 수 있다.

개인 맞춤형 교육이 좋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누구나 그런 교육을 제공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빠로서 아이들의 개개인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평균’으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자신의 빠르기와 방향으로 자신만의 경로를 걸어가는 이들을 힘껏 응원하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이 더욱 힘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저자 본인이 결어온 ‘경로’ 때문일 것이다.

인상적인 일화: 저자는 교육대학원 진학을 위해 GRE 시험을 준비했는데, [분석적 추론 영역]에서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고전했다.

저자가 문제를 푸는 방식 — GRE 지도 강사가 사용하는 방식 — 을 본 저자의 아버지는 “너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별로 뛰어나지 않은데 굳이 작업 기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이유가 있을까? 너는 시각적 사고가 뛰어나니 시각적 사고에 의존하는 문제 풀이 방법을 활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라는 조언을 했다.

문제 풀이 방법을 바꾼 저자는 분석적 추론 영역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었고, 원하는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시험 머리’는 타고난다고 하는데, 그 ‘시험’마저도 자신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전략으로 공략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야마자키 미츠히로, ⟪포틀랜드 메이커스⟫ (제주상회, 2019) 읽었다

“인생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워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라.”
(Go where you can make the most creative work of your life.)

존 C. 제이

개인적으로 나이키 본사와 묶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인 포틀랜드(Portland). 이 도시의 창조적인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인물 6명에 대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인터뷰어(저자)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 때 도미. 포틀랜드 개발국에서 일했다. 범상치 않은 프로파일인데, 그가 만난 6명의 인터뷰이 역시 그러하다. 존 C. 제이(John C. Jay)를 제외하곤 한국에서 커버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 존 C 제이 (‘패스트 리테일링’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 임원)
  • 미나미 토머스 데쓰야 (‘나이키’ R&D 부서인 ‘이노베이션 키친’의 엑스퍼트 디자이너이자 이노베이터)
  • 다무라 나오코 (유기농 일식 레스토랑 시즈쿠Shizuku)
  • 도미타 겐 (그로브메이드GROVEMADE)
  • 마크 스텔 (포틀랜드 로스팅 커피)
  • 릭 튜로지 (포틀랜드 인큐베이터 익스페리먼트PIE 파운더이자 GM)

플레이어들의 공통된 사고방식

  1.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2.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3. 좌절에서 끊임없이 배운다.
  4. 돈이나 명성보다 일을 더 좋아한다.
  5. 독립심이 강하다.
  6. 변화를 받아들여 성장한다.

커뮤니티의 공통점

  1. 동료, 동지가 쉽게 모여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장소’를 확보했다.
  2. 공정하고 캐주얼하며 수평적인 조직과 문화가 있다.
  3.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하고 좋은 것을 솔직히 받아들인다.
  4. 잘 모르거나 곤란할 때는 전문가나 업계 동료에게 도움을 구한다.
  5. 좋은 것, 잘된 것은 라이벌일지라도 서로 공유한다.
  6.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고 취미 시간에 충실하다.

인터뷰이 중 미나미 토머스 데쓰야(Tetsuya Thomas Minami)로부터 전해듣는 ‘나이키 이노베이션 키친’은 정말 흥미로운 조직이다.

  • 이노베이션 키친이라는 명칭은 셰프가 부엌에서 메뉴를 개발할 때 다양한 재료와 조미료를 섞어 시험하면서 만들어내는 콘셉트에서 유래했다. 나이키 코파운더가 와플 기계에 고무를 넣고 굳혀 시제품을 만든 스토리가 있기도 하다.
  • 이노베이션 키친에서는 주어진 일이 70%, 남은 30%는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회사의 미래가 될 토대를 쌓는 작업을 한다. “이곳의 미션은 제조업의 한계를 없애는 것입니다.”
  • 인원 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팀 구성이 자유롭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다른 동료의 프로젝트에도 조력하고 자발적이고 유연하며 열정적인 분위기이다.
  • 하루하루가 반복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한다. 매주 수요일은 회의를 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일해도 좋은 날로 지정한다. 깊이 있는 영감을 얻기 위한 인스퍼레이션 트립을 가기도 한다.

로렌스 레비,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2017) 읽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모 기술기업의 임원이던 로렌스 레비가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픽사에 합류한 뒤, 픽사의 IPO와 디즈니에 매각하는 딜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썼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단연 스티브 잡스. 그와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했던 저자는 잡스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드러낸다. 그게 자신을 낮추고 공을 잡스에게 돌리는 겸양적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또 한 번 위대하다.

2019년의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는 그해 최고 수익 영화에 오르며 초대박을 쳤다. 최초의 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니, 그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토이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도 그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잡스 본인과 달리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잡슨의 확신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렷한 비전과 사재를 털어넣는 헌신으로 무려 10년 가까이 회사를 지켰고 결국 성공시킨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픽사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저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던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career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저자도 그런 고민을 했다. 결국 주류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원제는 To Pixar and Beyond. 2016.

이가 야스요, ⟪생산성: 기업 제1의 존재 이유⟫ (2017) 읽었다

요즘 다시 달리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 ‘생산성’이 조금이라도 올라갈까 싶은 기대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면 생산성이 올라가는가? 적당한 운동은 숙면을 돕고, (실은 원래도 잘 잠) 숙면은 집중력(업무 몰입도)를 개선하고, 그리하여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가설이 있긴 하다. 몇 단계나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책 표지
이가 야스요, ⟪생산성: 기업 제1의 존재 이유⟫(2017).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최근 재밌게 읽은 칼럼(“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 칼럼에서 실무자를 “이등병”이라고 했다. 한 손에는 ‘전략’을 쥐고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우리는 “이등병”이란다.

국방부의 모든 일은 이등병이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떠올랐다. 일이 국방부장관 → 차관 → … → 이등병까지 내려와서 결국 일은 이등병이 다 하는 거라는.

‘이등병’으로서 라인에 서 있는 실무자인 우리는 제한된 자원으로 무엇이든 기획서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만들어 내야 한다. 그걸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라도” 해봐야지.

이 책에서 말하는 ‘생산성’의 정의는 좀 다르다. “뭐라도” 만들어서는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생산성’은 부가가치와 비용의 함수이다: 투입 대비 산출. 완전히 새로운 정의는 아니다. 분자를 키우거나(=부가가치를 더 많이 만들거나) 분모를 줄이거나(=비용을 삭감) 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저자는 이렇게 생산성을 높이는 행위를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생산성과 무관하게 하던 대로 하였다면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의 목표는 ‘혁신’ 또는 ‘개선’이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적인 여유’이다. 혁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야근, 주말 출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무한 투입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절대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혁신을 위한 시간’(Time for Innovation)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위 ‘루틴’이라고 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정규 업무에서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목적 의식을 갖고 or 갖지 않고에 따라 결과에 꽤 차이가 있다. ‘일이 많다 → 더 오래 일하면 된다’의 발상에서 ‘일이 많다 → 더 생산적으로 일하면 된다’의 발상으로 옮겨 가야 한다.

리얼리티 쇼 ⟨데런 브라운: 푸시⟩ (Derren Brown: The Push, 2018) 봤다

넷플릭스에서 ⟨데런 브라운: 푸시⟩ (Derren Brown: The Push, 2018)를 봤다. 일종의 사회심리학 실험 영상 같은 건데, 편집 덕분인지 스릴러 무비 느낌이 난다.

사회(집단) 속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사회(집단)의 기준과 주변에 어느 정도 자신을 맞춰 가며 살아간다. 적응하고(adapt), 순응(동조)하며(conform) 살아간다. 가볍게는 친구 따라 강남을 가고, 하고 많은 메뉴 중에 짜장면으로 통일을 하고, 너도나도 롱패딩을 입고…

그렇다면, 범죄는 어떨까? 보통의 인간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집단 압력에 굴복해 범죄까지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물며 경범죄가 아니라 살인 같은 중범죄라면? 더더욱 그러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말로 그럴까? 데런 브라운은 이 쇼(?)를 위해 사회적 순응도가 높은 일반인 참가자를 선발한다. 남의 눈치를 조금 보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정교하게 셋팅된 연속적 상황과 숙달된 연기자들의 압력은 이 참가자로 하여금 옥상 난간에 앉은 누군가를 밀어서(푸시) 추락사 시키는 행위까지 나아가도록 계속해서 몰아붙인다(푸시). 과연 이 참가자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 살인을 저지르게 될 것인가.

이 참가자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넣어보면 그 결과는 어떨까. 이 상황에서 “아니!”(No!)라고 되받아칠 수 있을까(푸시 백). 나 혼자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치,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집단에는 이러한 종류의 순응(동조)가 있지는 않을까.

이런 물음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누구에게도 절대라는 상황은 없다는 것. 이게 이 실험 영상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등골이 서늘했던 이유이다. — 여러분은 다를 것 같죠?

홍성태,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2019) 읽었다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5년째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로서 매출, 영업이익, 주가 모든 숫자를 성장시킨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경이롭다. 길어야 2-3년을 넘기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전문경영인(CEO)의 운명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의 빛나는 성과와는 별개로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럽다.

이 책을 펼치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 세밀하게 분석되어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좋은 결과는 이 결과를 초 래한 모든 과정을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다 잘한 일이다. ‘이것도 잘 했고, 저것도 잘 했고… 그래서 이렇게 잘 되었다.’

그리고 차석용 부회장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무튼 그가 회계와 재무와 마케팅의 전문가라서 그렇다… 라는 식의 서술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그래서, 이 책은 경영학의 외피를 쓴 기업홍보자료 같다. 저자가 LG생활건강에서 사외이사를 꽤 오랜 기간 했던 사정 때문 인지 분석 대상과의 거리두기에 자주 실패한다.

급기야 에필로그에서는 임직원의 표현을 인용하여 차석용 부회장을 ‘반신반인’이라고 치켜세운다. 읽는 나는 얼굴이 화 끈거렸다. 듣는 사람도 무안할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참았을지…

회식, 골프(접대), 의전을 하지 않고, 오전 6시 출근, 점심은 사무실에서 혼자 먹고, 오후 4시 퇴근하여 번화가, 마트 등 소 비자 접점을 돌아다니다 일찍 귀가, 하루 7~8시간 푹 잔다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그와 비슷한 연령과 지위에서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 생활양식 만으로 그의 캐릭터와 포지션은 매우 희귀하고 가치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는 이미 2017년 3월 조선비즈에서 기사화했고 그때 충분히 이슈가 되었다.

그때 나도 처음으로 ‘차석용’이라는 경영자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심도 있는 경영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했고, 저자의 전작인 ⟪배민다움⟫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 기대는 더욱 컸는데, 그게 충족되지 못해 아 쉽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년 정도 임직원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조사방법론의 한계인 듯 싶기도 하다.

외려 이 책의 엑기스는 맺음말 직전에 수록된 ⟨차석용 부회장과의 대화⟩이다.

특정 조직이나 파벌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하고 ‘그레이프바인’(grapevine, 비공식 의사전달 통로) 를 두지 않으려 하는 엄격함, 상 받는 마케팅, 화려한 마케팅 말고 실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려는 실용성, 똑똑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되려는 진실된 마음. 이건 정말 귀하다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