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검찰개혁 화이팅이다

어제 보라매공원에서 나오는 길. 바닥 구멍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기에 살짝 들여다봤다. 아래가 텅 비어있었다. 순간 공포가 등을 훑고 갔다. 얇은 철판과 몇 개의 뼈대가 엉켜서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렇게 내 눈 앞의 것들에만 관심을 두며 살다가 어제 저녁 서초동 집회 현장 사진을 보고 정말 화들짝 놀랐다. 그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의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 Continue reading 아무튼 검찰개혁 화이팅이다

모 대학원 원장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모 대학원 원장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독자가 분명한 글이었다. 내부 구성원들을 향하여 “자괴감 느낄 것 없다. 박탈감 가질 것 없다. 우리는 우리 할 일을 잘 하면 된다.”라고 좋은 말씀을 하셨다. 외부인인 나로서는 이번 사태가 자괴감, 박탈감을 느낄 정도의 일인가 싶다. 대학원은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학문 연구의 공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모색과 유예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건 그 … Continue reading 모 대학원 원장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인간은 혼자일 때 어른이 된다

어제 밤에는 집 근처 근린공원에서 뛰었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고등학생들이었다. 여러 무리가 있었고 사이 사이 녹색병도 놓여 있었다. 간간이 반딧불이처럼 빨갛고 동그란 불빛이 보이기도 했다. 살짝 겁이 났지만 계속 뛰었다. 한 쪽에서는 연애 상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 들으려고 했는데, 크게 호통을 치는 수준이어서 다 듣고야 말았다. “야. 너한테 OO이는 뭐야. 뭐냐고. 너 OO이 … Continue reading 인간은 혼자일 때 어른이 된다

벳푸 온천 이니셔티브 — 벳푸 시장 나가노 야스히로의 도전

벳푸(別府)의 한 버스 터미널에 앉아 유후인(由布院)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 안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나왔다. 소리 없이 자막만 봤다. 일본어가 짧아 자막 내용을 100% 읽을 수 없었지만, 누가 봐도 벳푸시 관관 홍보/안내 영상이었다. (YouTube에서 보기) 그런데 그 영상의 문법이 조금 달랐다. 고퀄리티 영상에 엉뚱한 유머가 섞여 있었다. 작은 가게들을 소개하는데 직원들이 투닥거리며 싸운다거나 전통의 숙박시설을 … Continue reading 벳푸 온천 이니셔티브 — 벳푸 시장 나가노 야스히로의 도전

우리 사회는 아동을 존중하는가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였다. 지금보다 어렸던 총총이를 아기의자에 앉히고 저녁을 먹었다. 바로 옆자리에는 (우리보다는) 젊은 커플이 앉았다. 그들은 우리를 무척 안쓰럽게 바라봤다. 나처럼 무심한 사람도 알아차릴 정도로 강한 시선이었다. 좋게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건 ‘경멸’이었다. 그때, 어떤 사람은 눈으로도 모욕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많이 소란스러웠던가.’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 Continue reading 우리 사회는 아동을 존중하는가

아름다운 삶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들려주세요.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시간은요, 정말 덧없이 확 가버려요. 어머나, 하고 놀라면 까무룩 한세월이야. 안타까운 건 그걸 나이 들어야 알죠. 똑똑하고 예민한 청년들은 젊어서 그걸 알아요. 일찍 철이 들더군. 그런데 또 당장 반짝이는 성취만 아름다운 건 아니에요. 오로라는 우주의 에러인데 아름답잖아요. 에러도 빛이 날 수 있어요. (미소지으며)하지만 늙어서까지 에러는 곤란해요. 다시 살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 … Continue reading 아름다운 삶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WSE여의도에서 오픽(OPIc) 봤다

오픽 OPIc 봤다. 점수가 필요한 건 아니었고, 무료로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재미삼아. WSE여의도는 여의도역 교보증권빌딩 12층에 있다. 주차 지원 되어서 좋았다. 다른 시험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으나, 시설도 이 정도면 좋은 편인 것 같다. 오픽 OPIc 문제, 질문은 응시자가 background survey에서 고른 항목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고득점을 얻을 목적으로 자신의 준비한 … Continue reading WSE여의도에서 오픽(OPIc) 봤다

부끄러운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나면서부터 성숙한 영혼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실제로 그런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했던 생각이다. 차분하고, 평온하고, 그래서 ‘격정’이란 단어는 사전에서만 찾아봤을 것 같고, 고매하고, 품격 있고, 허튼 짓 않고, 속세의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심오한 물음에 답하려 애쓰는 듯한 사람들. 반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 Continue reading 부끄러운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 탓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허용된다

자린고비 부모 밑에서 자라면 본의 아니게 절약 습관이 몸에 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건을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배우지 못한 채로. 돈을 안 쓰는 것만큼이나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돈을 잘 쓰는 것이란 사실은 배우지 못한 채로. 하긴 자린고비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부모로부터도 가진 것에 만족하고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나 돈을 잘 … Continue reading 부모 탓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허용된다

서재 정리 했다

곤도 마리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고, 아내의 오랜 숙원이자 내 마음의 짐이었던 ‘서재 정리’(라고 쓰고 ‘책 내다 버리기’)를 실행했다. 이 좁은 서재, 좁은 책장 속에 얼마나 많은 책이 숨어 들어 있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볍게 1차로 처분할 책을 추렸는데 무려 105권이 나왔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곤마리’의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갈 길이 … Continue reading 서재 정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