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프라이드 ∙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일을 버려라!⟫ (2019) 읽었다

허슬(hustle)의 대척점에서 나즈막히 읊조린다: “조용히 일하자”

⟪일을 버려라!⟫를 읽었다. 원제는 It doesn’t have to be crazy at work

(c) Basecamp

웹 기반 프로젝트 관리, 협업 툴을 만드는 베이스캠프(Basecamp)를 창업하고 20년 간 경영하고 있는 제이슨 프라이드(CEO)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CTO)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회사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지속될 방법을 찾고자 여러 운영 방식을 실험했다. 회사의 운영 방식(Operating System)도 하나의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차근히 버전업을 해 온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들과 베이스캠프가 다다른 방식은 “조용히 일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조용히 일하는 것일까. 아래 문장들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야망을 제어하라

  • 미친듯이 바쁘게 일하는 일중독에서 벗어나라.
  • 업계 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매년 이익을 내는 데 만족한다.
  • 목표 — 목표를 위한 목표, 가장된 목표 — 를 세우지 않는다.
  • 5년, 10년의 거창한 장기 계획이 아닌 매 6주마다 다음 업무를 결정한다.

시간을 방어하라

  • 직원의 시간과 집중력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
  • 생산성보다 효과성을 추구하라. 필요 없는 일은 만들지 말라.
  • 남보다 더 오래 일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 문화를 없애라.
  • 직원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꼭 알려줘라. —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실과 숫자, 이름, 이벤트를 다 알려고 함으로써 지적 능력과 집중력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문화를 가꿔라

  • 최고의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의 진짜 가족을 지원하는 회사다.
  • 리더의 자기희생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원의 희생을 강요할 뿐이다. 일중독은 전염병과 같다. 전염병이 아닌 조용함을 확산시켜라.
  • 직원 사이의 ‘신뢰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한다.
  • 상사로서 문제를 마지막에 알고 싶지 않다면, 그냥 먼저 물어보라. 진지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라.
  • 탑 매니지먼트는 사소한 한마디로도 회사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말의 무게감을 명심하라.
  • 과일이 낮게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시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해본 적 없는 일을 존중하라.
  • 최악은 새로운 일을 할 직원들을 채용한 후, 그들이 쉽고도 빠르게 결과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실패하게 만든다.
  • 잠을 줄이지 마라. 잠이 부족한 사람은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창의력 발휘도 힘들 뿐더러 인내심도 사라진다. 이해력이 부족하고 참을성도 없어진다. 사소한 문제를 큰 일로 만든다. 집에서는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고 회사에서는 동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수면 부족은 빈틈없이 철저한 사람을 짜증나는 인간으로 바꾼다.
  • 사람을 채용할 때는 그의 이력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와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라.
  • 인재 영입 전쟁은 잊고 잠재력을 가진 직원을 양성하라. 그게 훨씬 신나는 일이다.
  • 스톡옵션은 회사를 조용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만에 하나 우리가 회사를 매각한다면 이익금의 5%를 현 임직원에게 분배하기로 서약했다. 그건 즐거운 깜짝 선물을 받는 것이니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다.
  •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혜택은 직원이 일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도록 돕는 것이다. 회사 역시 더 건강하고 즐겁게 제대로 휴식을 취한 직원들로 인해 혜택을 얻는다.
  • 도서관 규칙 — 사무실은 도서관 같이 차분하고 조용해야 한다. 개방형 사무실은 조용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전문직에게는 정말 형편없는 구조다.
  • 당신이 누군가를 해고한 이유를 모든 직원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남은 직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자신만의 다양한 해석을 할 것이다. 그런 해석들은 대개 진짜 이유보다 훨씬 안 좋기 마련이다.
  • 베이스캠프에서는 누가 떠나면 바로 퇴사 소식을 회사 전체에 알린다.

프로세스를 해부하라

  • 실시간 채팅에 관해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중요한 규칙을 만들었다: (1) 실시간 채팅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보통은 실시간 채팅을 하지 않는다. (2) 중요한 일은 천천히 결정한다.
  • 마감일은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고, 잘못 정했다면 일의 범위를 줄인다.
  • 즉흥적인 자동 반응을 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검토를 원한다. 누군가 에너지를 쏟으며 준비한 발표에 대해 내용을 잘 듣고 깊이 생각하고 신중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현장 발표보다 문서 발표를 더 선호한다.
  •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새로운 평범함(The New Normal)로 자리 잡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 변화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나중은 변명이 사는 곳이다. 좋은 의도는 나중 때문에 사라진다.
  • 팀 간 상호의존성을 줄여라. 매듭을 더 많이 묶으려고 하지 말고, 묶인 것을 끊어라.
  •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문제에 대해 헌신하고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지, 전원 의견 일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준 후, 결정은 최종 결정권자가 하도록 해야 한다.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심사숙고한 후 결정하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다.
  • 동의하지 않지만 실행해보는 것(제프 베조스)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건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최후 결정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고 설명한 뒤에 실행하는 것이다.
  • 모든 것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어떤 일을 적당히 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을 때, 당신이 진정 탁월해야 하는 일을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시작 단계에서 업무를 분석한 후, 시간이 갈수록 일이 점점 줄며 완성돼가야 한다. — 그러려면, 초반에 가능한 한 빠르게 시제품을 구현해보고 실제적인 사항을 검토한다. 프로젝트 초반의 간단한 탐색 기간 후에는, 진행에 집중하며 일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 기차가 역을 떠난 후에 더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가 꼭 더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그 아이디어가 정말로 좋은 것이라면 다음번에 시도하면 된다.
  • ‘아무것도 안 하기’는 반드시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낼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라. 질문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지만, 명령은 직원들을 지치게 할 뿐이다.
  •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할 일을 줄이는 것이다.
  • 먼저 당신의 에너지를 지금 하는 일을 끝내는 데 집중하고, 그 일을 마친 후 다음 일을 할 준비가 됐을 때,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
  •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에 신경쓰라

  • 모험을 하되 영리한 모험을 하라. — 영리한 모험이란,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다.
  • 이익이 나야 한다. 흑자일 때 조용히 일할 수 있다.
  • 베이스캠프는 B2B 솔루션을 만들지만 클라이언트 임직원 수에 프라이싱pricing을 하지 않는다. 조용한 회사가 된다는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위한 서비스를 하고 싶은지, 누구를 거절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을 최적화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한 쪽만 옳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를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을 망설이는 것이야말로 확실히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 사전 테스트에는 비용이 든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시장에 선보여라. 그러면 시장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 누군가를 달래기 위한 약속은 하지 마라.
  • 시작은 쉽지만 지속은 어렵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창업한 첫날이 가장 쉬운 날이다.
  • 잔뜩 화가 난 사람과 논쟁하면 그 분노에 불을 더 지필 뿐이다. 당신의 고객에게 ‘별것 아님’ 쪽을 선택하게 하라.
  • 우리는 지나간 좋은 시절이 그렇게 좋으면 그냥 거기 머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지속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지금 엄청나게 빠른 변화의 한가운데 있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 사는 대다수의 직장인이 가지고 있으리라 예상되는 ‘회사’의 이미지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내용이다. “성장 아니면 죽음을!” 성장 신화에 취한 스타트업 씬과도 또 다르다.

한편으론, 이런 하소연을 하고 싶다: 누군들 조용히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저자들이 말하듯 조용히 일하려면, 흑자여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이 결코 정답일 순 없다. 저자들도 그렇게 이야기 하진 않는다. ‘조용히 일하는’ 기업 문화는 저자들과 그들이 경영하는 베이스캠프(Basecamp)가 다다른 하나의 잠정적 결론이다. 기업의 문화는 해당 기업이 놓인 상황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창업자, 경영자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창업자, 기업의 오너, 경영자, 팀장, 리더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숙고할 기회로 삼기에 좋은 재료다. 독자 본인이 오너, 경영자, 팀장, 리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은 유용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나는 누구나 변화의 일부가 되어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들도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당신이 회사 차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차원을 찾아보라. 당신은 언제든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고 기대 수준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바꾸고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보라.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기를 시작해보라. … 조용한 회사는 선택에 달려있다. 그 선택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이 책, 303쪽

마지막으로, 한역 제목은 아쉽다. 일을 버려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제목 덕분에 책에 흥미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잠재 독자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제대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허슬러만 가득한 줄 알았던 스타트업 씬에도, 성장 지향적인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던 비즈니스 세계에도, 조용히 일하자고 하는 창업자/경영자와 그런 기업 문화를 운영체제로 해서 이익을 내며 순항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B2B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서 가능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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