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을 툴이나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면 엉뚱한 것을 찾고 있는 셈이다. 누구도 가게에 가서 “애자일 경영법을 구매”할 순 없다.

이 책, 77쪽
스티븐 데닝,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어크로스, 2019)

‘애자일’을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서 애자일을 만날 차례다. 오랜 기간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연구해온 경영 사상가 스티븐 데닝(Stephen Denning)은 고객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뷰카(VUCA, 변덕스러워지고volatile, 불확실해지고uncertain, 복잡해지고complex, 모호해지는ambiguous)한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운영법으로서 애자일을 소개한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애자일을 수용한 조직들에는 3가지 핵심 특징이 있다.

  1.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짧은 주기로 소규모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작은 팀
  2.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집착
  3. 네트워크 안에서 대등하게 상호작용하며 일하는 것

첫째, ‘작은 팀과 반복적 접근법’이라는 아이디어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에서 왔다. “린(Lean) 제조 방식”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유명해졌다. 이 아이디어는 원칙적으로 복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이 법칙을 구성하는 프랙티스practice는 정확히 무엇일까? 만능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지만, 유사성을 찾을 순 있었다.

  •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처리한다.
  • 소규모의 기능혼합팀을 만든다.
  • 업무량을 제한한다.
  • 자율적인 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고 나면, 스스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
  • 업무 “완료하기”.
  • 중단하지 않고 일하기.
  • 짧은 주기로 팀을 운영하되,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 매일 서서 회의하기. 진척 상황을 공유하고 어떤 장애물을 없애야 하는지 확인했다.
  • 급진적인 투명성. 누구나 팀의 업무 공간에 들어와서 정보 현황판을 보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 주기별 고객 피드백 관리. 한 주기가 끝날 때마다 팀은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 소급적 검토. 짧은 업무 주기가 끝날 때마다 무엇을 배웠는지 소급해서 검토하고, 다음 업무를 계획할 때 참조한다.

team은 관료주의보다 나은 업무 방법으로 주장되었지만, 20세기 조직의 팀들 대부분은 이름만 팀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사실상 팀이 아니었다. 팀의 리더는 관료주의 체제의 상사들과 똑같이 행동했다(51쪽).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이 드물기도 했다. 애자일 이전에는 팀에 맞는 제대로 된 운영 방식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이름이 무엇이든 관료주의적 조직은 고객보다는 내부에 집중해왔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세계화, 규제 완화, 신기술 그리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고객이 선택권을 쥐게 되었다. 고객이 시장의 중심인 세상에서 회사 중심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관료주의적 조직들이 고객을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도 고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하지만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한계 내에서만 한다는 게 문제다.

이 책, 54쪽

둘째, ‘고객의 법칙’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다. 시장의 권력이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이동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설명했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단 하나다. 바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고객 만족을 위해 기업은 변화해야 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고객과 상호작용해 그들의 삶이 얼마나 향상될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고객 최우선을 받아들인 기업의 10가지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2. 최고경영진은 고객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열정을 조직 전반에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3.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
  4. 모든 구성원이 고객이 누군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5. 고객에 대해 정확하고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6. 직원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
  7. 회사 구조가 시장에 맞게 변한다.
  8. 수직적, 수평적, 내부적, 외부적, 모든 방향으로 관계가 상호작용한다.
  9. 비영업부서도 고객 서비스에 집중한다.
  10.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셋째, ‘네트워크 법칙’은 팀 간의 관계 모형을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목표는 거대하면서도 효율적이고 기민한 조직이다. 그게 가능할까? 이러한 대규모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법에 대하여 저자는 5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1. 네트워크에 강력한 목표가 있다.
  2. 네트워크가 소규모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3. 행동을 지향한다.
  4. 네트워크는 소규모 집단들의 합이다.
  5. 보이지 않는 곳에 법적 체계를 마련해놓는다.

전체 조직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상호작용한다는 건 매우 이상적인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단번에 달성할 수는 없다. 위에서든(하향식) 아래로부터든(상향식) 또는 동시에(혼합식)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시 한 번, 그게 가능할까?

성공 사례가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글로벌 테크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 부서에는 총 4,000명의 직원과 수백 개의 팀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 조직이 애자일 방식을 채택하고 변화를 위해 움직였다. 핵심 프랙티스는 아래와 같다.

  • 상부에서는 정렬을 하부(팀)에서는 자율성을. 경영진이 통행 규칙을 제시하고, 팀은 계획과 실행에서 자율성을 가진다.
  • 애자일 관리자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성장하고 책임진다.
  • 팀 차원에서 의존성을 관리한다. 3개월마다 모든 팀이 한데 모여 선 채로 회의(“팀별 보고회”)를 한다.
  • 지속적으로 통합한다.
  • 기술 부채를 일정한 수로 관리한다.
  • 데브옵스DevOps와 지속적인 딜리버리를 수용한다.
  • 끊임없이 모니터한다. 데이터에 정통해야 한다. 모니터 결과는 백로그backlog에 쌓는다.
  •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경청하되,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 팀을 12~18개월 동안 유지한다. 그냥 문제를 해결하라고 팀에게 요청한다.
  • 팀 오너십을 장려하기 위해 자기조직화된 팀을 활용한다. 대화에는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 팀도 하나의 상품이다.
  • 시작부터 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매 스프린트마다 완성된 제품을 전달한다.
  • 코칭은 신중하게 사용한다.
  •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상부의 지지가 중요하다. 한꺼번에 전부 바꿀 순 없다.

이상, 저자가 설명하는 애자일 경영의 3가지 특성이다.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프랙티스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마땅하지만, 애자일의 원칙과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소규모의 팀으로 반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작은 팀의 법칙), 그 업무의 중심에 고객을 두고(고객의 법칙), 조직 내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로 유지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네트워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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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여는 실행 전략⟩과 7장 ⟨아이폰의 시리를 개발한 혁신의 힘⟩에서는 갑자기 논의의 스케일이 커진다. 6장에서 저자는 ‘전략적 기민함’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전략적 기민함과 애자일 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7장에서 저자는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일을 얘기한다.

먼저, 전략적 기민함이란, “비고객을 고객으로 전환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206쪽). 이는 곧 “회사의 본질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다른 말로는 “시장 창조형 혁신”이다. 이전엔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열어젖히는 혁신이다. 레드오션을 피해 블루오션으로 가라는 얘기다. 저자는 김위찬∙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전략⟫을 인용한다.

‘블루오션 전략’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전략의 문제는 이해는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불평을 예상이라도 한듯 저자는 스탠포드국제연구소(SRI International)가 제시한 시장 창출형 혁신을 위한 4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1) 욕구 Need, (2) 접근법 Approach, (3) 비용 대비 이익 Benefits per costs, (4) 경쟁력 Competition. 줄여서 ‘NABC’라고 하는 이 4가지 요소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비즈니스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애자일 원칙’과 ‘전략적 기민함’의 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전략적 기민함’을 달성하려면 ‘운영적 기민함’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운영적 기민함이란 “지금처럼 일을 하되 더 잘, 더 빨리, 더 싸게 하는 것”을 말한다. 효율성 향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운영적 기민함은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중요하다. 회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토대이고, 전략적 기민함을 성취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Photo by Francesco Ungaro on Pexels.com

다음으로, ‘조직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애자일 경영을 시작하거나 전략적 기민함으로 바꾸는 것은 조직의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234쪽)고 쓰고 있다. 동시에 “나쁜 소식은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대부분의 노력이 실패한다는 것이다”(235쪽)라고도 쓰고 있다.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지만 이것에 성공한 조직도 있다. 바로 아이폰의 시리를 개발한 SRI다. 7장에서는 1998년 커트 칼슨(Curtis Carlson)이 파산 위기에 처한 SRI에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16년간 SRI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설명한다. 칼슨은 위에서 소개한 NABC(Needs, Approach, Benefits per costs, Competition)를 고안하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장본인이다.

칼슨은 변화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유능한 파트너. 둘째,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 셋째, 비전과 계획의 공유. 넷째, 얼리어댑터. 다섯째, 언어. 이 언어에 관하여는 아래 인용 문구를 읽으면 이해가 바로 된다.

흥미롭게도 SRI의 조직 문화를 바꾼 핵심 요소는 그[커트 칼슨]가 “문화를 바꾸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말한다. “…나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한 번도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말했다.”

이 책, 237쪽

여기까지가 1부의 주요 내용이자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이다.

2부에서는 기업 경영의 네 가지 덫(?)으로 (1) 현재 주가에 반영된 주주가치 극대화에 집중하는 것, (2)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것, (3) 단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비용 중심 경제학, (4) 과거로부터 미래를 유추하는 회고적 전략을 거론한다.

저자는 특히 이 회고적 전략을 다루는 11장 ⟨뒤돌아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에서, ‘경쟁 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설립한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의 파산 — 2012년에 딜로이트에 매각됨 — 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수위 높은 비판을 한다.

포터가 말하는 전략 개념의 핵심은 경쟁자들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고(356쪽), 포터가 그린 모델은 고객이 사업적 성공의 결정요인이라는 기본 요점을 놓치고 있다(358쪽).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경영’이란 전략을 계획할 수 있는 고위 경영진, 조직 최고위층과 그 전략을 실행할 하급자들을 나누고(361쪽), 컨설턴트를 중심으로 한 ‘전략 수립’은 최고경영자가 초결정권자라는 신화를 부채질했다. 컨설턴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최고경영진에게 아첨하는 일이었다(362쪽).

애자일 경영에서 경쟁우위는 위치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전략은 장소가 아니라 활동이다. … 애자일 경영은, 전략은 혁신이며 혁신은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 아래 최고경영진만이 미래를 보는 지혜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신화를 거부한다.

이 책, 363~364쪽

제가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어크로스]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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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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