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툴리⟩(Tully, 2018) 봤다

아이를 가질 예정에 있거나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라면 꼭 보면 좋을 영화다. 샤를리즈 테론의 현실 엄마 연기를 보며 아내, 누나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 지루함이 정말 축복일까. 그 지루함이 곧 안정감일까. 어쩌면 두려움은 아닐까. 아이를 낳고 불면의 밤을 보내던 아내가 “오빠 나 지금 시험기간 같아. 깊이 잠수했는데 아직 물에서 나오지 못한 느낌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게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표현되어서 놀랐다.

잠시 잠깐 짬이 나면 혼자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으려 했던 나의 행동을 반성한다. 아내에게는 그 모습이 침대에 누워 헤드셋을 끼고 비디오게임을 즐기던 영화 속 남편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영화를 통해 본 그 모습은 정말이지 한심했다.

출산,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이 명제에 깊이 동의하는 나도 아내에게 좀 더 많은 짐이 지워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를 보며 내가 내심 그걸 편하게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볼을 살짝 꼬집히는 느낌이었는데 영화 마지막엔 쇠망치로 후두부를 얻어 맞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출산과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모유를 만들 수 없다면 분유를 타고, 아이가 엄마만 찾는다면 엄마를 찾지 않는 다른 집안일을 하면 된다. 얼마나 잘 하고, 얼마나 많이 하고, 그 문제가 아니다.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하다. 지옥과도 같은 저 깊은 바다 속에 혼자 있게 하지 말자.

괜찮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괜찮다고 한다. 진실을 말하자면, 당연히 안 괜찮다. 괜찮을 수가 없다. 알겠어? 괜찮을 수가 없다고. 아마 아내가 내게 이 영화를 권하면서 하고 싶었을 말을, 나 자신에게 직접 해본다. 이 진실을 더는 외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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