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원 원장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모 대학원 원장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독자가 분명한 글이었다. 내부 구성원들을 향하여 “자괴감 느낄 것 없다. 박탈감 가질 것 없다. 우리는 우리 할 일을 잘 하면 된다.”라고 좋은 말씀을 하셨다.

외부인인 나로서는 이번 사태가 자괴감, 박탈감을 느낄 정도의 일인가 싶다. 대학원은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학문 연구의 공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모색과 유예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건 그 대학원의 구성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모 대학원의 구성원이었다면 외려 다음의 내용이 궁금할 것 같다:

  1.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도시/교통/환경/조경 분야를 공부해 대한민국과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자들이 모여드는 해당 대학원에 3: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떡 하니 합격할 수 있었는지 — 이 선발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2. “100만원의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BK21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해당 학생이 어떤 요건을 갖추었기에 두 학기 연속 (외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는지 — 이 장학금 수혜자 선정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3. 만약 위 과정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면 추후 유사한 케이스가 나오지 않도록 선발 및 장학금 관련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 있는지 — 대학원장으로서 이 부분에 책임을 통감하지는 않는지.

이런 핵심적인 내용들을 쏘옥 빼놓고 해당 학생 개인에 대하여 비난하는 투의 글을 게재하는 것은 위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당사자를 특정하여 대학원 재학 당시 그의 행태를 상세히 기술한 것은 교육자로서 그리고 교육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보직자로서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그가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누가 보아도 상당히 괘씸한 짓을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괘씸하다고 해도 해당 학생이 한 학기에 몇 개의 수업을 듣고 얼마의 장학금을 받고 그의 아버지가 누구이고를 일일이 거론하며 그를 힐난하는 모양새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학창시절 숱한 잘못과 부끄러운 행동을 했고, 여러 기회와 돌봄을 받았던 나로서는 언제 어디선가 나의 은사님들이 나의 괘씸함을 지적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실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선생님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