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집 근처 근린공원에서 뛰었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고등학생들이었다. 여러 무리가 있었고 사이 사이 녹색병도 놓여 있었다. 간간이 반딧불이처럼 빨갛고 동그란 불빛이 보이기도 했다. 살짝 겁이 났지만 계속 뛰었다.

한 쪽에서는 연애 상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 들으려고 했는데, 크게 호통을 치는 수준이어서 다 듣고야 말았다. “야. 너한테 OO이는 뭐야. 뭐냐고. 너 OO이 좋아하는 거 맞아? 그럼 이해해줘야지. 걔 사정을 이해해줘야지. 너 나중에 후회한다. 후회한다고.”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나는 학교 끝나면 서둘러 집에 가는 걸 더 좋아하는 부류였다. 잠깐 딴 길로 샌다고 해도 동네 노래방, PC방 정도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 축구는 많이 했던 것 같다. 아까 본 친구들이 하고 있던 것들을 나는 대학생 때 겪었던 것 같다.

계속 달리면서 ‘저렇게 무리를 이루고 다니는 저 친구들도 언젠가는 혼자가 될테지. 결국 인간은 혼자가 되어 자유로워질 때, 진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고 비로소 성인이 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보라. 어릴 적에는 부모, 선생 그리고 또래집단으로부터 인생이고 사랑이고 참견과 훈수가 끊이질 않는다.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렇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 중 내 인생을 책임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결국 이 세상은 나 혼자 내 결정과 내 책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행인이 신고를 했는지 단순 순찰 중에 발견을 한 것인지 아무튼 푸른 제복을 입은 사내 두 명이 와서 무리 속 녹색병을 지적하며 무리를 해산시켰다. 그들은 삼삼오오 어디론가 걸어갔다. 집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두 바퀴를 더 뛰고 공원에서 빠져나왔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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