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나면서부터 성숙한 영혼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실제로 그런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했던 생각이다.

차분하고, 평온하고, 그래서 ‘격정’이란 단어는 사전에서만 찾아봤을 것 같고, 고매하고, 품격 있고, 허튼 짓 않고, 속세의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심오한 물음에 답하려 애쓰는 듯한 사람들.

반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감히 1년 뒤를 예측할 엄두를 내지도 못했거니와,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게 될지는 몰랐다. 그래서 과거의 내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과거의 나는 뭘 잘 몰랐고, 뭘 잘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어렸다.

날 때부터 성숙했던 이들의 삶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한 사람의 삶을 여러 버전으로 살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름 괜찮다. 가끔 과거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부끄러운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상주 메모리에서 잠시 사라졌다고 해서 영원히 삭제된 것은 아니듯, 내가 행한 일, 내가 겪은 일은 내 의식의 깊은 곳, 영혼의 마디에 모조리 새겨져 있다. 설령 내가 그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을지라도.

Written by Park Sehee

a husband, daddy, lifelogger and la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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