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로 먹고 먹히며 살아가던 ‘자연상태’의 동물들이 수 세기에 걸친 진화(?) 끝에 조화롭게 어울려 살게 된 현대의 ‘주토피아’. 이 주토피아에서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된 주디 홉스는 “주토피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주토피안 드림’을 직접 실현해 낸 멋진 주인공이다.

토끼 같은 작은 초식동물은 경찰이 될 수 없다는 편견. 그 편견을 깨고 주토피아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주디 홉스. 그런 그에게 맡겨지는 첫 임무는 주차딱지를 떼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주차딱지 떼는 일을 해야겠지만, 포유류 실종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한 와중이었다.

오전에만 200개의 주차딱지를 떼주겠다며 동분서주하는 주디 홉스는 주토피아에서 소소한 사기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우 닉 와일드를 만나고, 닉 와일드와 짝을 이루어 실종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단서들에 접근한다. 여느 버디 무비와 같이 주디와 닉은 티격태격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다.

짝패(2인조)의 사건 해결이라는 큰 줄거리 속에서 ‘나(또는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2인조 버디 무비의 전형적인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보다 심오한 주제를 세련되게 설명하는 작업에 성공한 듯 보인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동영화’로 분류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로지 관객을 웃길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면, 기발한 상상력이 표현된 장면도 곳곳에서 활기를 더한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갖가지 표정으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즐거운 기분이 든다. 웹에 올려진 동물 사진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있다지 않은가.

이 영화는 이솝우화나 동화를 통하여 우리가 학습해 온 특정 동물에 대한 편견 마저도 뒤집는다. 통쾌하다. 겁 많은 토끼, 교활한 여우, 무뚝뚝한 물소, 재빠른 치타, 용감한 사자, 온순한 양, 용맹한 늑대, 힘 없는 두더지, 느리기만 한 나무늘보…. 우리가 동물들에게 부여했던 캐릭터가 이 영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뒤집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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