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행복이 한 배를 탈 수 있을까.

내가 처음 이런 질문을 품게 된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다. 장 베르뜨랑 아리스티드, 저 이름도 낯선 아이티(Haiti)라는 나라에서 대통령을 했던 사람이 쓴 ⟪가난한 휴머니즘 –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가 바로 그 책이다.

가난이라는 두 글자 앞에 ‘지긋지긋’ 또는 ‘진절머리 나는’이 아니라 ‘존엄’이라는 단어가 쓰여질 수 있다는 것부터가 신선했다. 나의 입이 참으로 쉽게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했던 반면, 정작 당시 나의 머리는 가난과 존엄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분류했던 모양이다.

가난하면 존엄할 수 없는 현실에서 ‘존엄한 가난’이란 말은 매우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내 기억에도 그 책을 읽은 뒤에 나누었던 어떤 이와 대화에서도 ‘존엄한 가난’에 대하여 호의적으로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전, 닥터노아치과의 박근우 원장님 덕분에 인디언플룻과 칼림바를 연주하는 봄눈별님이 쓰신 ⟨자발적인 가난뱅이 백수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읽게 되었다. 실천이라는 우물에서 길어올린 맑고 시원한 글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글쓴이를 상대로 존경 섞인 질투를 품게 되었다.

부를 동경할 이유가 없듯, 가난을 칭송할 이유도 없다. 동시에 둘 다 폄하의 대상도 아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자기 삶의 행복은 자신이 찾아가는 것이다. 행복이 물질적 풍요와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갖는 것도 아니다. 단지 돈만 많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행복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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