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 절반이 지나갔다 (2012. 6. 6.)

1L을 마친 감상이 오늘에서야 들었다. 더 정확하게는 오늘에서야 1L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어떤 일에 대한 뒤늦은 스트레스도 그렇고, 어쩌면 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한참이 흘러서야 무언가 판단을 내리고 평가를 할 수 있으며, 담담한 척 무던한 척 하다가도 결국에는 영향을 받고야 마는 그러한 부류의 사람인 것 같다.

1학년 1학기와 2학기 그리고 겨울학기를 통틀어 평량평균은 x.xx/4.30, 석차 백분율은 xx.x%(xx/114)이다. 중상위권이라고 하기엔 허풍이 섞여 있는 것이고, 중위권이라고 한다면 좀 더 객관적이라고 할 것이다. 영어 강의 수강을 통해 학점을 조금이라도 높였다면 석차가 조금은 더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라는 뒤늦은 자책은 하고 싶지 않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영어 강의는 수강하지 않을 계획이다.

어찌보면 학교 생활의 일부에 불과한 ‘학점’이 마치 학교 생활의 처음이자 끝인양 얘기하고 있자니 적잖이 씁쓸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노력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학점’ 뿐이다. 어쨌거나 살인적이라고 하는 경쟁 속에서 학사경고, 유급 등의 최악의 결과는 면했으니, 스스로에게 조금은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그럴 여유도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내 성적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그 정도면 잘 했다.”라는 평을 하지만 그것은 그저 더 망치지 않은 것이 용하다는 투의 반응으로 해석하면 적당하다. 설령 못했다고 해서, 친구들이 “못했다.”라고 말을 하겠는가. 친구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남들이 보기에도 내가 별로 잘할 것 같지는 않았음을 알았다. 지금의 내 점수는 남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오히려’ 잘 나온 것이란 얘기다. 나에 대해 그렇게나 낮은 기대치가 형성된 이유는 아마도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분량에서나 깊이에서나 물리적 절대량의 투입을 요하므로 초학자가 공부하기에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내가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문제 삼으려는 부분이기도 한데, 학기 중의 나의 생활이 남들이 보기에도 공부에만 전념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공익인권법학회장을 했고, 1반 반장을 맡았으며, 각종 행사 참가에 등 옛 버릇을 못 버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활동이 나의 학점에 어떠한 긍정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그 인과관계에 대해 정밀하게 따져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학업 외 활동이 지루한 학업에 활력을 가져다주고 상승효과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학업 외의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학점도 더 올랐을 것이고 그래서 더 만족했을 것인가? 그것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학점을 원한다면, 그 방법은 결국 물리적인 공부 시간을 늘리고, 공부 집중도를 높이고, 생활의 안정성과 쾌적함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다른 일에 신경과 정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앞으로의 공부 계획과 생활 방침 수립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지금 ―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 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법학의 기본기를 다지는 일이고, 착실히 학점을 높여가는 일이다.

사실 내가 이토록 냉정한 자평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법무법인의 겨울 인턴 프로그램에 호기롭게 지원했지만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한 탓이 크다. 아주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이 결과 때문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아직도 겨울 인턴에 나간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많이 부럽다. 좋게 생각하자면, 1학년 1학기 학점이 ‘생각보다’ 잘 나온 탓에 한껏 교만했던 내가 겨울 인턴도 하나도 안 되고 가인 법정변론대회 서면심사 마저 통과하지 못하면서 그제야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거품을 걷어내고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법학을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는 초학자인 주제에 공익인권법학회장직을 비롯하여 1반 반장직 등 이런저런 사업을 벌여왔는가? 그 이유에는 자의에 의한 것도 타의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내적인 요인에 한정되므로 여기서는 내적 원인에 대해서만 고려하기로 한다.

가장 먼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생각에는 내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와 법학에 대한 과소평가가 깔려있다. 나는 그와 같은 활동들을 하면서도 내가 법학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성적까지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마 겨울 인턴 지원 건이 잘 풀렸더라면, 나의 학점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금의 결과가 그렇지가 않다.

다음으로, 내가 가장 문제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고 또 다시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인데, 바로 내가 학업 외 활동을 병행하면서 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학업에 있어서의 상대적인 부족함, 불성실함을 어느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안일하고 유아적이며 비겁한 인식을 은연 중에 하였다는 것이다. 기실 그러한 인식은 실로 나에게 관대한 타인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해 줄 수 있는 것이지, 당사자인 내가 딛고 서야 할 정신상태는 아니었던 것이다.

대학 입학 이후부터, 학부 학점이나 임관 성적, 특기교육 성적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점까지, 모두 평균 이상이기는 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아주 우수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겠만, 실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더 크다. 나는 노력이 부족한 부분을 자꾸 다른 곳에서 보완하고자 했고, 다른 것에서 보충하려고 했다. 노력이 부족하면 노력을 더 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적당주의 혹은 타협주의 전략은 어느새 나의 기본 습성으로 굳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도 같은 북방한계선을 형성했다. 나는 감히 이 유리천장을 깨고, 북방한계선을 뚫고서 나아가고자 한다. 대형 법무법인에 취업을 할 수 있네 마네, 법원/검찰에 갈 수 있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내가 반복을 통해 쌓아 온 고질적인 습성에 정면으로 부딪혀 구태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엉성한 법학도가 엉성한 법률가가 되어 엉성하게 살다가 결국에는 후회만 남기고 이 세상을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

이번 겨울 그리고 2학년 1학기부터, 내가 하여야 하는 바는 자명하다. 학업이 우선이다. 공부가 우선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장점과 특성은 십분 고려하여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여느 고시생 혹은 합격생보다 더욱 열심으로 공부하여야 한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나아지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생활과 습관과 목표와 계획을 바꿔나가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해냈다, 라고 외치고야 말겠다.

구체적 실천방안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생활
    1. 생활계획표에 기반하여 엄격하게 생활한다.
      1.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한다(23:00~06:00).
      2. 세 끼 적당량 천천히 섭취한다.
    2. 학업을 최우선으로, 쓸데없는 규율은 최소로 한다.
      1. 학업을 중심에 두고 생활한다.
      2.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3. 학업-운동-휴식의 균형점을 찾는다.
      1. 요가 수련을 지속한다.
      2. 줄넘기,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한다.
      3.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를 꾸준히 한다.
      4. 충분한 휴식을 통해 롱-런 할 수 있도록 한다.
  2. 가족·친지와의 관계
    1. 가족·친지는 내 몸 다음 소중히 여긴다.
    2. 가족 경조사에는 일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
    3. 잦은 대화, 연락으로 문제를 미연에 막는다.
      1. 매주 토요일+α 부모님과 연락한다.
      2. 한 번씩 누님 및 친지들과 연락한다.
  3. 학교생활
    1. 교수·선후배·동기와의 관계를 원만히 한다.
      1. 늘 친절과 웃음로서 대한다. Be Nice!
      2.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돕는다.
      3. 음주 모임에는 가급적 불참한다.
      4. 못 지킬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다.
    2. 학업 외 활동을 최소로 한다.
      1. 공익인권법학회 활동은 인수인계 이후 중단한다.
      2. 축구부는 2주 1회 정도로 참가한다.
    3. 마음 통하는 친구와 우애를 돈독히 한다.
  4. 학교 밖 생활
    1. 연중 행사 외 수시 모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1. 용호샘타운 신년회 (1월 초)
      2. 연세법대 동문행사 (1월 중)
      3. 연정의 밤 (11월 말)
      4. 박성연장학회 (매 학기 초)
      5. 라성정형기장학회 모임
    2. 학기 중 경조사는 전화 및 송금으로 대신한다.
    3. 사교 활동은 카카오톡/E-mail 사용하여 한다.
  5.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끝)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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