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자 투박하게 짜인 목관이 보였다.

그 속에 있을 터였다. 어제 불의의 사고도 지병도 아닌 갑작스런 심장활동의 정지로 현세와 작별을 고한 나의 동기가.

관 속의 그는 너무나 평안해보여, 오열을 터뜨리는 유가족들과 달리, 너무나도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어 도리어 야속할 지경이었다.

그 곱고 깨끗한 얼굴에 하이얀 천이 덮이자, 그제사 그의 죽음이 성큼 실감이 났다. 섬뜩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고 가던 몽롱한 정신이 불현듯 울음을 뿜어냈다.

‘아, 이제 끝이로구나. 이렇게 끝이구나.’ 나는 황망하여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장의사는 괘씸할만치 능란하고 신속하게 입관 절차를 진행했다.

동기를 잃은 나의 슬픔이 하 깊다한들, 어디 부지불식 간에 외동아들을 먼저 보낸 애비애미의 상실감만 할까. 위로의 말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힘내세요. 좋은 곳 갈 거에요. 죄송합니다.”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주말이라 다들 바쁠텐데, 정말 많은 동기들이 장례식장을 찾아주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외진 곳, 산 기슭의 국군수도통합병원, 그 외로운 곳을 데워주었다. 식장에 모인 이들 모두, 자신의 동기를 이렇게나 빨리 그리고 급작스레 보내야 할 줄은 몰랐으리.

그제 수원을 다녀오던 길에 전화를 받았다. “세희야. 우리 동기가 사망한 것 같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상황보고를 봤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잘 뛰고 건강하던 동기였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소식을 들은 동기들 모두가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다.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우리의 마음을, 또 정성을 최대한 표현하는 수 밖에야.

영결식은 엄숙하게 진행됐다. 동기들과 고인의 친구들이 운구를 맡았다. 망자에게는 어떠한 예우도 무의미하겠으나,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을 아숩지 않게 달랠 수만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성남화장장에서 그리고 현충원에서 예식이 이어졌다. 대전에 위치한 현충원 장교 제3묘역. 몇 달 먼저 하늘로 간 F-5 조종사들과 故 한주호 준위가 묻힌 그 곳에 나의 동기도 쉴 자리를 잡았다.

안장식. 마지막 헌화와 분향. 검은 정장의 친구 한 명이 기네스 한 캔을 따서 봉분 근처에 붓는다. 영정 속 고인의 표정은 여전히 굳고 단정하다. 묵묵부답. 잘 마셨다 고맙다 답도 없다.

어려서부터 고인을 얼르며 키웠다는 할머니께서 영정 사진을 부여잡고 살갑게 쓰다듬는다. 애처롭다. 할아버지는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른다며 손녀들의 도움을 받아 손전화에 묘역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예식은 모두 끝났지만 누구 하나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헛웃음을 던지다가도 울컥 울음이 솟는다.

이제 남은 이들은 제 나름의 삶을 사느라 먼저 간 그대를 죽 잊고 지낼지도 모르오나, 그 무심함에 슬퍼도 노여워도 말고, 순간 속에 그대를 떠올리며 달랠 길 없는 허무감에 시달릴 이들을 어여삐 여기며,

고인이여, 부디 영면하소서…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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