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언제나 낯설다

한기호, ⟪20대, 컨셉력에 목숨을 걸어라⟫의 핵심주장은 조한혜정 교수님이 늘상 수업에서 말하던 “자신의 삶을 기획하며 살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려면 우선 ‘나’를 잘 알아야 하고(자기객관화), 인문사회경제에 대한 소양을 통해 시대적 흐름에도 예민해야 한다.

한기호씨는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어라. 잘 쓴 칼럼을 연재하는 블로그 운영해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책을 쓰고 유명세를 얻으라고 말한다. 이건 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조한혜정 교수님이 수업에서 하던 일이다. 매주 쪽글을 쓰게 하고, 주제랑 사람을 엮어내고, 수업에서 인기스타가 등장하게 하고.

교수님들은 늘 면담의 끝을 대학원 오라, 라는 말로 갈음한다, 라고 생각했던 나는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와 보라, 는 조한의 충고를 귓등으로 들었다. 기술지를 쓰란 얘긴가? 허튼 생각만 가득했다. 조한의 수업을 들을 당시에 나는 그저 그런 작업들이 재밌다, 라고만 느꼈지 그가 전수해주는 문화기획자의 생존법에는 무심했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내 기술’ 하나를 갖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노회찬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용접 기술자가 되었다. 故 조영래 변호사도 기술 자격을 몇 개나 갖고 있었다. 만약 내가 구의원으로 정치경력을 시작할래도, 지역을 또 사람을 알기 위해선 참여관찰 방법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여행기를 써내려 해도 문화콘텐츠 생산의 원천기술이라 할 방법론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럼 내가 문화컨텐츠 생산의 원천기술을 문화인류학과에서 배울 수 있었을까? 그건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당시에 그 정도 맥락도 잡지 못한 채 대단히 치열하게 당대를 살고 있노라 자부했던 못난 내가 떠올랐을 뿐이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