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와 앤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제작됐다고 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사실적이라 시시한 얘기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꽤 몰입했다.

앞을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어 ‘암흑’에서 살아가는 미쉘. 가족들은 그녀를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버려둘 뿐이다. 미쉘의 허리에는 방울이 매어있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핑계이다. 여차하면 미쉘을 ‘시설’로 보내버리려고 한다.

사하이 선생님은 마치 ‘마법사’처럼 그녀를 암흑에서 ‘빛’으로 끌어낸다. 그는 미쉘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의 교육법에 대한 확신 그리고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미쉘에게 사물과 세계를 개념화, 언어화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사하이 선생님은 미쉘의 그림자가 되어 배움을 돕는다.

“Seeing is Believing.” 이는 서구 근대를 지배한 실증주의의 핵심교리이지만, 미쉘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자신도 꿈꿀 수 있다며 항변한다. 그러나 연이은 낙제, 낙제. 설령 머리로는 답을 알더라도 점자 타자를 치는 손은 턱없이 느리다. 늙어가는 사하이 선생님과 지쳐가는 미쉘. 그러나 또 한 번의 실패를 “축하”한다. “넘어져야 더 멀리 뛸 수 있다”며 서로 위로한다.

암흑은 모든 것을 품는다. 또 모든 것을 잉태한다. 암흑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성취이다. 미쉘과 사하이가 그토록 원하던 졸업 가운도 검은색이다. 미쉘은 ‘앎’이라는 빛을 통해 자신의 암흑을 긍정하고 극복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 장님이 아니던가요!” 진정한 의미의 개안(開眼)이다.

반면, 미쉘에게 빛을 가져다준 장본인인 사하이 선생님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며 하나 둘 씩 잊어간다. 서서히 어둠으로 빠져든다. 사하이 선생님은 미쉘을 떠나며 “암흑이 너를 집어 삼키려 해도 계속해서 빛을 향해 가라.”고 주문한다. 미쉘은 “거미가 집을 짓고, 개미가 산을 건너고, 거북이가 사막을 건너듯” 마침내 대학을 졸업한다.

⟨블랙⟩은 2005년에 제작됐다. 이 영화는 인도 최대의 영화제인 Fair One Filmefare Awards에서 11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그래도 발리우드 영화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성공이 없었다면 국내 개봉은 힘들었으리라….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내게 빛을 안겨다 준 ‘나의 선생님들’을 마음속 깊이 그렸다.

여담으로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왔던 ‘유명 배우’를 기억하는지? 어린 주인공이 그를 보기 위해 똥통에 빠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 유명배우가 바로 아미타브 밧찬이며 이 영화에서 사하이 선생님으로 열연했다. 인도의 ‘국민 배우’라고 한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