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안정효의 글쓰기 책.

소설을 써보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오프닝부터 인물 구성, 낱단어 하나하나를 퇴고하는 법 사람 사귐과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소설가의 삶을 엿볼 수도 있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때문에 글쓰기 관련 책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집어서 읽어보는 편이다. 이 책은 지금껏 접해 본 글쓰기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다.

말하자면, 무형식의 형식이다. 책의 마지막에서야 이 책의 구성과 배치 역시 소설가 자신의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이 장치들 덕분에 소설을 읽듯 몰입해서 읽었다.

아마도 ‘습작시대’를 거치고 있을 내 친구들을 위해 몇 도움이 될 대목을 아래에 옮겨둔다. 보면 알겠지만 글쓰기에 대한 ‘기교’ 뿐만 아니라 글쓰는 이가 지녀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 ― 루돌프 플레시.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있을 수 있는 것”을 없애라. “있었다”, “것”, “수”, 이 세 가지 단어만 모조리 제거하더라도 글에서 윤기가 난다.

한 가지 거짓을 믿게 만드려면 아홉 가지는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독후감 쓰기’는 눈으로 읽어서 지식과 정보를 입력시킨 다음, 머리를 써서 스스로 지혜를 창조하는 훈련이다. (…) 실력을 쌓으려면 스스로 자꾸만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 훈련을 할 때는, 어떤 다른 훈련을 거칠 때나 마찬가지로,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목적을 알면서 임해야 한다.

글은 읽히기 위해서 분투하고, 제목은 눈길을 끌기 위해 분투한다.

요령으로는 뚝심을 당하지 못한다.

“말로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Don’t tell, show!)” 관념과 추상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독자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훨씬 실감나게 ‘본다’. (…) 가시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고, 냄새가 나고, 소리가 들리고, 촉감이 느껴지는 어휘를 써야 한다. (…) 멋지고 인상적인 묘사를 하고 싶으면, 미사여구를 찾아 헤매지 말고, 찢어진 우산과 송이버섯과 꼬막을 생각하라.

상상해낸 인물은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죽었기가 쉽고, 실존 인물은 작가의 눈에 띄기 훨씬 전부터 세상에서 살아 숨쉰다.

관객과 함께 작가가 감상에 빠지는 현상은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지한 문학에서는 할 짓이 아니다.

읽기와 일기쓰기, 이것은 습작시대의 필수 과목이다.

과제가 주어지면 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구상을 위한 산책부터 나가보라. 줄거리가 안 풀려 답답해지는 글 막힘 상황(writer’s block)이 닥치면, 조바심을 할 필요가 없다.

특히 산문에서는 평범하지만 정확하고 논리적인 표현이, 달지도 않고 아무 맛도 없는 떡처럼, 오히려 은은한 맛이 깊다.

“대학에서 창작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은 어떤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엄청난 양의 일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괄목할 만한 모든 업적은 눈 앞에 닥친 큰 일을 무작정(unstintingly) 달라붙어 해내는 헌신적인 사람들만이 성취한다.” ― 제임스 미치너.

“촌티가 나는 서투른 글을 팔아먹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젊은 시절에는 글쓰기 기술을 배우는 데만 모든 정성을 바쳐라. 그리고 무엇인가 할 얘깃거리가 생기고 능률적으로 그 얘기를 전할 기술도 갖출만큼 나이가 성숙해지면, 그때부터 성공의 열매를 거두기 시작하라.” ― 헬렌 졸드.

하지만 지혜는 없어도 용기가 넘치는 것이 젊음의 본질이다. (…) 그러니까 젊었을 때는 글을 쓰고 싶으면 마구 써야한다. 쓰기는 함부로 쓰되, 지나치게 자만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 연습과 훈련은 많을수록 좋다. (…) 모든 고전은 시대를 이겨낼 만한 가치를 지닌다.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2006)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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