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이 있고 5년 후인 2016년을 배경으로, 조선 인민군 출신의 폭력 조직인 ‘대동강’의 중추인 리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강의 뒤를 쫓으며 펼쳐지는 2016년의 한반도는 말그대로 디스토피아이다. 준비없는 통일이 낳은 결과일까? 도무지 자본주의라는 놈을 배워먹지 못한 북조선 동무들은 볕이 드는 곳에서는 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남한의 자본가들은 태만하면서도 걸핏하면 노동쟁의를 일삼는 북조선의 동무들을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보다 기피한다. 해서, 북에서 온 남자들은 주먹을 쓰고 여자들은 몸을 판다. 그것도 아니면 강도가 되거나 거지가 된다.

대동강의 단장 오남철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란다. 주인공 리강은 그게 잘 안 되는 인물이다. 조선 인민군 장교 출신인 그는 통일 조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자아를 환각제의 일종인 ‘레드 아이’에 기대어 간신히 살아간다.

리강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어딘가 뒤틀려 있다. ‘살아있는 신’을 잃은 상실감은 그렇게 쉬이 채워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한 설정에는 어딘가 고약한 구석이 있다. 통일 한반도는 정말로 디스토피아이기만 할 것인가? 기훈단 시절에 동기 몇이 아주 재기발랄한 발표를 했다. 통일 이후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들 역시 북조선 녀성들을 룸살롱 ‘아가씨’로 표현했고, 북조선 사내들은 그녀들의 뒤를 봐주는 포주로 그렸다.

통일 후 남한이 드리우고 있던 그늘은 더 넓고 깊어질 것이라는 건,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지만 외면하고픈 진실인 것 같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수준에서 남북의 통일은 어쨌든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지정학이 동원되고, 국제안보며 민족 담론도 따라 붙는다. 남북통일은 한반도에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하며 분단으로 억눌렸던 한민족은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재등장할 것이었다. 남북통일에는 당위도 있고 실리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것은 비전일 수 있었고, 민족의 염원일 수 있었다. 진통이야 당연히 있다. 세세한 문제들 따위야 언제든지 있어왔다. 그런 것들도 감내하지 않고 어떻게 새 역사를 쓰겠느냔 말이다.

그렇지만 진정 통일 한반도를 고민한다면 이 예정된 불안에 대해서도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 한반도의 체제,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공동체가 아닌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이 소설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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