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의 이해] 교양으로 조한혜정(조한)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조한의 수업은 대학시절을 통틀어 제게 많은 영향을 준 강의 중 하나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부족’을 찾게 하고 일감을 진행한다는 면에서 정치외교학과 이신행 선생님 수업 스타일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조한은 학생들을 방목하기 보다는 자기 지향이 분명하고 “놀면서 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수업을 통해 ⟪글 읽기와 삶 읽기⟫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나온 책인데, 2006년의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이 시리즈 중 1, 2권은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무조건 읽어보라고 손에 쥐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글 읽기와 삶 읽기 2⟫의 주요 내용은 ‘식민지 지식인의 자기 반성’과 ‘학문, 문화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저자의 고민’입니다. 핵심 물음은 “지식과 권력은 어떤 관계인가? 누가 지식을 만드는가? 지식 생산의 주체는 누구인가?”하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지식 ‘습득’에만 관심이 있었지, 지식 생산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주권의 종속은 끝났지만, 경제적 · 문화적 식민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너도나도 트렌드랍시고 ‘탈근대’를 말할게 아니라, 여전히 (서구의 지식∙문화로부터의) ‘탈식민’을 말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종주국에서 학위를 따고 돌아온 식민지 지식인으로부터, 무비판적으로 지식 습득에 힘쓰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참 안쓰러웠다.

이 책의 1장 ⟨겉도는 말, 헛도는 삶⟩, 4장 ⟨’보편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6장 ⟨서구의 자기 성찰 – ‘급진적 근대성’과 ‘탈근대’에 대하여⟩는 1학년 세미나의 자료로 써도 좋을 것 같다. 탈식민론(포스트-콜로니얼리즘)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접하고 싶다면 2장과 3장을, 여성으로서 주변적 고민을 하고 있다면 5장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조한의 수업에서 배운 것 중 또 하나가 ‘쪽글 쓰는 법’이었다. 우선 텍스트를 읽는게 처음이고, 그 다음에 텍스트와 거리를 두면서 산책도 하고 놀기도 하고 생각을 삭힌 다음에 어깨에 힘 풀고, 최대한 자유롭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쓰기. 조한이 늘 강조했던 부분이다. 그렇게 해야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다나.

정치, 외교와 같은 ‘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문제’, ‘일상의 문제’에 대해 소홀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조한의 인류학 수업과 그가 권해준 몇 권의 책들을 통해서 둔감함을 조금은 고쳐가고 있다. 예민해지려면 아직 멀었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One thought on “조한혜정, ⟪글 읽기와 삶 읽기 2⟫ (1994) 읽었다

  1. 이신행 조혜정으로 검색하다가 찾음. 근무는 할만해?? 나도 조한 수업 듣고, 수업 후 스터디도 하고 있어. 이신행 선생님이랑 비슷하고, 또 다른 점이 많아서 재밌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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