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격을 정작 자기가 모른다. 나도 그렇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한다’는 정도는 알지만, 내가 일반적으로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가진 자료가 별로 없다.

내가 은근 소심하면서 생각이 복잡한 타입이라는 걸 W형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선(先) 위치짓기’가 강하고 결정도 빠르며, 일단 시작하고 보는 습성 — W형은 “혼자 쭉 찢고 나간다”고 표현했다 — 이 있다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일단면만 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W형의 나의 성격에 대한 세심한 관찰 결과를 듣고 놀랐다.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얘기이니 고맙기도 했다.

W형의 말대로 ‘선(先) 위치짓기’가 강하다는 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마무리가 약하다는 점에서 단점이다. 말은 거창한데 행동은 미약하다. 예전에 비하면 뱉은 말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는 편이지만, ‘행동’을 늘리기보단 ‘말’을 줄인 결과이다.

학생회 일을 할 때는 부회장 K가 마무리 관련해서 도맡아서 처리했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부회장 덕에 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됐다. 그가 드러나지 않게 나를 지탱해준 셈이다.

학회 일 관련해서는 W형이 이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후배들 따로 만나서 챙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얘기 듣고. 나는 어떻게 하면 앞으로 나갈까 고민하는 새에 함께 갈 사람들을 잘 다독여준다. 내가 흘리고 가는 것들도 다시 주워서 털어준다.

나는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그냥 제끼는 버릇이 있다. 답답한 걸 못 견딘다. 단도직입 나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윤활유를 바르는 노력도 잘 못한다.

‘선동’은 강하지만, ‘설득’은 약하다. 삼고초려하는 유비를 흉내도 못 내는 타입이다. 그런 면에서 W형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내 성격의 단점과 나쁜 버릇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내 삶에 비집고 들어왔다.

W형이 자꾸 나에게 ‘떠날 것’을 종용한다. 적당히 부족함을 느낄 때 떠나라고 한다. 중심이 무엇인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서 중심 이동을 제대로 하라고 한다.

나는 W형의 섬세함을 배우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많이 줄여야 하고, 힘을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예각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사람의 마음, 사람과 사람 사이, 공동체 그 자체를.

이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사람의 마음에 둔감하고 점점 더 둔감해지려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신경은 더 쓰되 중심은 차츰 이동시키려 한다.

아직도 더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남았다는 것에 기쁘다. 그걸 알려준 W형이 고맙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