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소식 창간호 읽다

오늘 대학원 박경하 선배(연정97)를 우연히 만났다. 학과 소식지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참고하라면서 ⟪延政소식⟫ 창간호(1995년 1월 1일), 제2호(1995년 8월 1일), 제3호(1996년 3월 1일)를 보여주셨다. 학과 사무실 귀퉁이에 고이 모셔져있었다.

창간호는 여분이 좀 있길래 과방에도 네 권 정도 갖다놨다. 연정 학우들이 직접 눈으로 보면서 내가 느낀 이상야릇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延政소식⟫은 1996년 정치외교학과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정 공동체 수립 및 동문-학부형-학과 관계의 가교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당시 정치외교학과 학과장 양승함 교수님(現 사회과학대학 학장)과 학생 기자단의 노력 속에서 연 2회 학기초 경에 발간되었다.

⟪延政소식⟫ 창간호 (1995년 1월)

창간호를 살펴보면, 김명회 동문의 축사와 한흥수 동문의 격려사, 양승함 교수님의 창간사가 권두를 장식하고 있다. 동문 인터뷰에서는 前 국회의장 이만섭 동문을 당시 대학원 석사 1학기 이재현 선배(現 BK21 사업단 연구교수)가 만났다. 교수 동정, 국제 학술교류, 대학원 소식, 학부 소식도 담고 있다. 당시에는 2박 3일간 연정수련회가 개최되었고, 첫째날에는 학술제, 둘째날에는 체육대회와 문화제가 열렸다. 참가인원도 연인원 320명이나 되는 큰 규모였다. ⟨영어교육 필수화⟩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도 있고, ⟨연정공동체 발전계획안⟩도 실려 있다.

⟪延政소식⟫ 제2호 (1995년 8월)

제2호에는 당시 연정 총동창회장 이우복 동문(연정56)의 권두언을 시작으로, 김운용 동문(연정49)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대학원 소식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석사 4학기에 재학 중이던 김범수 동문(연정87)이 고양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기사였다. 또한 학부 소식에서는 학과 자체적으로 영어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했다는 기사가 있다. 연희관 5층이 어학실습실이었다니. 그리고 95학번 신입생들의 신상 및 의식조사를 한 기사가 있는데, 입학 동기부터 장래 진출 희망 분야, 삶의 가치, 독서량, 애로사항, 학생운동에 대한 생각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뤘다. 동문 탐방에서는 연정 최초의 법조인, 이병용 동문(연정47)과 원택 스님(연정63)을 만나 근황, 시사, 학창 시절에 대한 얘기를 나눈 기사가 실렸다.

⟪延政소식⟫ 제3호 (1996년 3월)

제3호 표지는 ‘1946년도 延政 새내기들’이라는 캡션이 달린 흑백사진이 장식했다. 권두언은 당시 한국외교협회 회장 전상진 동문(연정47)이, 연정 인터뷰는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 오세응 동문(연정53)이 빛내주셨다. 학부 소식에는 이극찬 교수님 종강식 기사, 연정수련회 기사, 무악민국 모의국회 기사, 이제는 퇴임하신 이신행 교수님의 예봉산(경기도 남양주군) 토론수업 기사, 전국 대학생 모의 UN총회에 당시 대학원 석사 4학기 김희정 동문(現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참가하여 말레이지아 정부를 대표했다는 내용의 기사, 33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에 김정환 동문(연정94)이 총 투표율 69.5%, 득표율 52.7%로 당선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무엇보다 연정 50주년 특집 기사로 연정 46학번 동문 취재 기사와 역대 연정의 교수님들 소개, 사진으로 본 연정 50년사가 인상 깊었다. KBS 아나운서 최원정 동문(연정94)도 연정 기자단의 일원으로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 세 권의 소식지를 꼼꼼히 읽으면서, 우리 연정 공동체에 대해서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았다. 읽는 내내 웃음지었고 또 한 편으론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 소식지가 나오고 얼마되지 않아 학부제 개편이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延政소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학부/대학원/학과/동문 소식을 서로 나누고 기록하며 ⟨연정 인터뷰⟩, ⟨동문 탐방⟩을 통해 학과와 동문을 이어주던 ⟪延政소식⟫은 오늘에도 그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사람이 있는, 사람이 있었던 곳에는 말과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게 쌓이고 전승되어야지, 그렇지 않는다면 무엇이 우리를 엮어줄 수 있을까? 우리는 延政에 와서 무엇을 안고 가게 되는 것일까? 손전화나 이메일, 인터넷 공간을 통해 손쉽게 소식을 나눌 수 있는 시대에 구태여 소식지를 발행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우리는 이 핑계를 외피삼아 더욱 사적 공간에 매몰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문득 10년, 20년이 지나 연희관 밖에서 만났을 때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가 미뤄두고 있는 시대, 민족, 사회에 대한 고민을 미래의 우리는 떠맡고 있을지 어떨지 걱정이 된다. 그 때도 여전히 그런 고민들은 제껴두고, 나와 가족을 부양하기에 정신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진다. 이젠 정말로 학부제 핑계는 그만두고, 지금 우리가 연정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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