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세계로 지탱되는 완전한 세계

청소년 소설이라 가볍게 생각한 것에 비해 심상찮은 책 두께에 놀랐고, 한 번 책을 집으면 쉽게 책을 놓기 어려울 정도의 흡입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이야기는 주인공 ‘아로’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로’는 이 책에 달린 보라색 브로치를 통해 ‘불완전한 세계’에서 ‘완전한 세계’로 이동하고, ‘읽는이’로서 위기에 처한 ‘완전한 세계’를 구하는 여정에 오른다.

이런 액자식 구성은 벽장을 통해서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넘나들던 ⟪나니아 연대기⟫와 비슷하다. 긴 여정을 끝낸 뒤 막상 현실 세계에 돌아와도 아직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다는 설정 판타지 성장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평범한 소녀에 불과한 ‘아로’이지만 판타지 세계에서는 ‘읽는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완전한 세계의 열 두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아로’는 온갖 위기를 겪는다. 곤경에 처했을 때, 아로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왜 하필 내가 읽는이일까?”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완전한 세계의 존재들이 ‘읽는이’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아로’는 이를 자각하여 ‘읽는이’로서 강한 사명감을 갖게 된다. ‘아로’는 더 이상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 절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판타지 세계의 구원자로 성장한다.

‘완전한 세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세계’의 존재가 필요하다. ‘아로’와 같은 불완전한 세계의 ‘읽는이’가 주기적으로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를 읽어줘야 완전한 세계는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완전한 세계가 불완전한 세계의 존재로 지탱된다는 역설!

완전한 세계에 사는 이들은 언제까지 읽는이가 오기 만을 기다려야 하나? 비록 이 소설에서 ‘유하레’는 권모술수를 부리는 암흑 보스로 그려졌지만, 나는 자연히 완전한 세계가 불완전한 세계의 존재로 지탱된다는 역설을 체제 내적으로 해결하려는 별꽃나라 현인 ‘유하레’의 노력에 공감이 갔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One thought on “김혜진, ⟪아로와 완전한 세계⟫ (2004)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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