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는 하루였다. 눈이 침침하고 어깨가 축 쳐진다. 목도 뻐근하고 팔에 힘도 쪽 빠졌다. 잇솔질을 하다가는 잇몸에서 피가 났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다는 뜻이다.

오늘 새벽에야 잠들 수 있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은 쪽글 제출의 압박에 시달린다. 마감 효과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그저 더 이상 쪽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 합리화의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찌감치 쪽글을 써놓더라도 제출 마감 시간까지 노심초사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글의 완성도야 좀 높아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새벽에 잠든 이유는 대충 그렇다. 미뤄놓은 과 일도 한 몫 했다. 시작은 했지만 도저히 마무리를 못하겠던 학과 교수님 앞 스승의 날 편지도 간신히 마무리 했다. 사실 어떻게든 쓰려면 미리라도 써놓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잘 써봐야겠다’는 욕심이 시간을 질질 끌었다. 결국 새벽 4시 반 쯤에야 부회장에게 메일로 보내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읽어야 할 Barry의 논문은 손도 대지 못한 채로.

그렇게 곯아떨어져서는 오전 11시가 되어서 부회장의 급한 전화를 받고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했다. 오전 11시 반에는 작년 연정수련회 조원들과 함께 조 담당교수님을 찾아뵙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택시까지 잡아타며 내려갔지만 교수님은 간발의 차이로 교수 회의에 가셨다. 아뿔싸! 오늘까지 반납해야 할 책 5권을 방에 그대로 두고 내려왔다.

12시에 있었던 진영재 교수님 수업에 들어가서 스승의 날 행사 진행을 했다. 그리고 나서는 1시 수업 직전까지 마감 기한으로 되어있던 수업 토론방에 들어가서 토론 참여랍시고 글을 썼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끊어진 생각을 몇 개 늘어놓는 식으로. 성의도 없었고, 아주 엉망이다.

안건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여섯 번째 집행부 회의도 산만하고 별달리 결정된 것 없이 끝났다. 바쁜 시간 쪼개어 참여하는 다른 집행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그득했다.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나누지 못한 일들은 자연히 내가 떠맡는 것이 되었다. 부회장의 문자가 왔다. “편하게 생각 안 하면 오래 못간다. 어떻게든 된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지난 주말에는 낮잠을 실컷 잤더랬다. 아마 그 전까지의 부족했던 잠을 모두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고 나서, 긴 밤을 등에 업고 여유를 부렸던 것을 잠시 후회하려고도 해봤다. 분명 그 여유가 이렇게 지치는 하루의 주범이긴 하니까. 그렇지만 그건 아무 소용 없는 짓이다.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한 시간 가량 운동을 했다. 그리고 우유 한 팩을 입에 들이붓고 샤워를 했다. 개운하다. 지쳤던 몸이 오히려 다시 활기를 찾은 듯 했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고는 독서실로 올라가서 내일 새벽 1시까지만 책을 읽다 잠을 청하려고 한다. 지난 날을 탓할 것은 없다. 그런 후회만큼이나 내일 시작을 잘하면 된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성장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 hubby, daddy of two sons, lawyer, ever le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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