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이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처음 가봤는데, 내 짐들은 대략 엉망진창이 되어있고, 나 역시 그걸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부모님께 시중에 파는 보관함 같은데 넣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부쩍 넓어진 누나방에서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앨범과 누나의 사진첩을 열어보게 되었다. 아, 스캐너가 있었다면 몽땅 디지털화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던 사진이 얼마나 많던지!

특히 사진첩을 넘기면서 늘 울상인 통통한 누나의 옆에서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아버지를 곧잘 흉내내던 나의 모습을 종종 찾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절대로 넉넉하지는 않은 집안(집구석)이었지만, 사진을 봤을 때는 남들 하는 것 다 해보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딱히 가족여행을 많이 간 것도 아니지만 없는 살림에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새벽에 부모님의 사랑을 혼자 상상하곤 괜히 목이 매었다. 나도 꽤 애정을 받아가면서 자랐구나 싶었다.

Posted by:박세희 (Park Sehee)

@pa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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